[자본中심] AI가 끌어올린 중국 제조업…내수 없는 회복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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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제조업 PMI 50.3…AI 관련 수출이 경기 방어
서버·반도체 주문 늘지만 소비재·중소기업은 부진
부동산 침체로 소비·고용 막혀…수출 의존 더 깊어져

  • 등록 2026-07-11 오전 11:11:05

    수정 2026-07-11 오전 11:11:05

이 기사는 2026년07월11일 10시1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중화권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中심’은 중국과 중화권 자본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상하이·선전의 본토 시장부터 홍콩의 달러 유동성 창구,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중화권을 관통하는 자금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중화권 시장의 현재 온도와 방향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중국 제조업 경기가 다시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중국 가계가 지갑을 열고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 것 때문이 아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급증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중국의 반도체와 컴퓨터 장비 수출을 끌어올린 것이다. 중국의 첨단 제조업 공장은 인공지능 붐에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현지 부동산 시장과 소비수준, 고용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중국 장쑤성 쑤첸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 로이터)
중국 장쑤성 쑤첸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 로이터)

AI 투자 붐에 다시 도는 중국 공장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한 달 만에 기준선인 50을 넘어섰다. 생산과 신규주문이 모두 확장 국면에 들어섰지만, 이번 반등을 이끈 것은 특히나 신규 수출주문의 증가였다. 중국내 소비가 되살아났다기보다 해외 주문이 공장 가동을 밀어 올린 셈이다.

해외 주문이 모든 제조업에 고루 퍼진 것은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모델 경쟁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면서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메모리, 컴퓨팅 장비, 전력설비 수요가 급증했다. 중국은 전자부품부터 조립까지 이어지는 공급망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 주문 증가를 빠르게 흡수했다. 5월 집적회로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10.9%, 자동자료처리장치는 66.1% 늘었다. 두 품목만으로 같은 달 중국 수출 증가분의 48%를 차지했다.

실제 중국내 서버 업체들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상하이증시 상장사 산업부련(폭스콘산업인터넷)의 지난해 클라우드컴퓨팅 매출은 6027억위안(약 133조원)으로 전년 대비 88.7%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에 공급한 AI 서버 매출은 1년 전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국이 지난 수년간 반도체와 AI, 첨단장비 생산능력을 늘려온 점도 시기적절하게 역할을 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부동산 중심 성장의 한계를 벗어나겠다며 이른바 '신질생산력'을 앞세워 첨단 제조업에 정책금융과 보조금을 집중했다. '신질생산력'이란 지난 2023년 부동산 위기를 전후로 중국이 부동산, 저임금 노동에 기대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며 내건 정책이다.

중국 당국은 정책금융과 보조금을 동원해 관련 공장과 설비를 늘렸다. 내수 부진에도 첨단산업의 생산능력은 계속 커졌고,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이 생산라인에 주문을 채워줬다.

공장은 돌아도 채용은 제자리...AI 호황에도 식지 않는 내수 한파

문제는 AI 제조업의 호황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서버 산업은 사람보다 설비와 기술에 많은 자본을 투입한다. 생산이 늘어도 고용이 같은 속도로 늘지 않고, 주문도 일부 대기업과 전자산업 밀집 지역에 집중된다. 과거 부동산 건설이나 소비재 생산이 살아날 때처럼 건설 노동자와 중소 협력사, 지역 상권으로 소득이 넓게 퍼지기 어려운 구조다.

기업들이 AI 수요를 장기 호황으로 확신하지 못하는 점도 고용 확대를 막고 있다. 첨단제조 주문은 특정 제품과 기업에 몰리고 있는데다 다른 업종의 수요는 여전히 약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높일 수는 있어도 정규 인력과 설비를 대폭 늘리기에는 부담이 크다. 실제 중국의 6월 제조업 고용지수는 48.5로 기준선을 밑돌았고, 소기업 PMI도 48.2에 머물렀다.

내수 발목을 잡는 것은 역시나 여전히 부동산이다. 중국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택에 묶여 있는 만큼 집값 하락과 거래 부진은 소비심리를 곧바로 얼어붙게 만든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줄었고, 1~5월 부동산 개발투자도 16.2% 감소했다. 반도체와 서버 생산라인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내수에 기대는 기업들은 여전히 부족한 주문과 약한 소비에 발이 묶여 있는 것이다.

AI 수출은 중국 제조업의 숨통을 틔웠지만, 얼어붙은 내수까지 녹이지는 못했다. 수출 호조가 고용과 임금,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한 지금의 반등은 일부 첨단산업의 호황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열기가 식는 순간 해외 주문에 기대 선 제조업 회복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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