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은 예술가와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패션계에서 상업성과 창의성의 경계를 허문 세계적인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2002년 루이비통과 일본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협업은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제이콥스의 주도로 탄생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해당 컬래버레이션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라카미 특유의 세계관이 루이비통의 모노그램과 결합하고 강렬한 색채를 더한 협업 컬렉션은 핸드백, 스카프, 선글라스, 주얼리, 신발, 향수 등을 망라한다.
루이비통의 예술 협업은 무라카미에서 그치지 않았다. 전위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와는 2012년과 2023년 두 차례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가 반복적으로 예술가를 무대 위로 불러내는 방식은 패션이 미술관 밖의 또 다른 전시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캔버스가 된 핸드백, 갤러리가 된 런웨이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만남이 특별한 이유는 명확하다. 캔버스 위 혹은 미술관 벽에 고정된 작품이 인간의 움직임을 통해 살아있는 작품으로 탈바꿈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과 아트 컬래버레이션 열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약 100년 전 이러한 혁신의 문을 연 인물이 바로 엘사 스키아파렐리다. 1930년대 파리에서 가브리엘 코코 샤넬과 패션계 쌍벽을 이뤘던 스키아파렐리는 마르셀 뒤샹, 만 레이, 파블로 피카소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패션을 예술의 새로운 무대로 만들었다.
특히 1937년에 공개된 살바도르 달리와의 협업은 전설적이다. 바닷가재가 프린트된 '로브스터 드레스(Lobster Dress)'와 신발을 뒤집어쓴 '슈 햇(Shoe Hat)' 등은 초현실주의에 기인한 상상력이 의상을 통해 발현된 것이었다.
예술과 만난 스키아파렐리의 의상들은 윈저 공작 부인을 포함해 부유층에게 사랑받으며 1930년대 패션에 한 획을 그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일명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와 꼼 데 가르송의 레이 카와쿠보 사이의 인연이 주목받았다. 꼼 데 가르송을 애용했던 바스키아는 1985년과 1986년 직접 꼼 데 가르송 런웨이에 모델로 오르기도 했다. 레이 카와쿠보는 바스키아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화가의 에너지가 의상을 통해 계속 살아 숨 쉬도록 했다.
입 생로랑을 세계에 알린 몬드리안 룩
패션사에 가장 깊은 족적을 남긴 예술과 패션의 만남은 단연 1965년 디자이너 입 생로랑의 몬드리안 드레스다.
어머니가 선물한 몬드리안 화집에서 영감을 받은 29세의 생로랑은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예술사의 한 페이지를 쓴 인물로 평가받는다.
피에트 몬드리안은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과 검은 선으로 완벽한 균형을 추구한 신조형주의 화가였다. 몬드리안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생로랑의 '몬드리안 룩'은 2차원의 작품이 패션 모델과 만나 3차원의 동적 아름다움으로 재탄생했으며, 그가 '패션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알린 선구자가 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모티브는 이후에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이를 오마주한 드레스도 등장했다.
모스키노가 선보인 '아트 이즈 러브' 드레스가 대표적이다. 모스키노는 생로랑의 몬드리안 드레스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트위스트를 가미한 클래식'을 완성했다. 단순한 복제가 아닌 창조적 해석이었다.
모스키노는 ‘패션의 왕 자리에 올랐다’고 평가받았던 입 생 로랑의 몬드리안 룩을 자신의 칩앤시크 레이블로 선보이는 방식으로 패션 디자이너의 권위와 오뜨꾸뛰르의 보수적인 시스템을 함께 겨냥하고, 패션계의 권위주의에 유쾌한 반기를 들었다.
1993년 모스키노의 '아트 이즈 러브' 드레스는 4월 24일부터 8월 23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 마곡 원그로브점에서 열리는 패션 컬렉션 특별전 '상상력 옷장(A Wardrobe of Imagination)'을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스키노뿐만 아니라 알렉산더 맥퀸, 크리스찬 디올, 장 폴 고티에, 마르탱 마르지엘라, 이세이 미야케, 발렌티노 가라바니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20인의 오리지널 의상과 패션 아카이브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랜드뮤지엄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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