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 남녀의 건강한 임신·출산을 위해 가임력 검사비를 지원하는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이 예산 부족 문제로 조기 마감되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를 제외한 24곳에서 신규 지원 신청을 중단했으며 경기도 역시 31개 시·군의 절반이 넘는 18곳에서 예산을 모두 소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수요 예측에 실패한 탓에 정책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에 따르면 20~49세 남녀를 대상으로 검진비를 지원하는 임신 전 건강관리 지원사업이 상당수 시·군·구에서 예산 소진으로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50%를 부담하고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25%씩 내는 매칭 펀드 방식이다. 정부 예산부터 바닥난 곳이 대부분이지만 광역·기초단체 역시 추가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하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여부나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으며 여성은 난소 기능검사(AMH)와 부인과 초음파 검사, 남성은 정자 정밀형태 검사(정액 검사) 비용을 지원받는다. 지원금은 여성 13만원, 남성 5만원이다.
문제는 올해부터 사업 대상을 대폭 늘렸지만 실제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작년까지는 ‘가임력 검사를 희망하는 부부(사실혼 포함)’로 신청 대상자가 제한적이었는데 올해부터는 ‘가임기 남녀(20~49세)’로 대상을 확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상 폭이 넓어진 데다 입소문까지 퍼지면서 신청자가 몰렸고, 여기에 출산율이 일시 반등했던 제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본격적으로 30대에 진입하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도 예산 조기 소진의 원인이 됐다.
예상보다 신청자가 몰리자 경기도 일부 시·군에선 환급 지연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예산 집행률은 이달 기준 66.7%에 달해 대부분 시·군에서 이미 신청 접수를 마감한 상태다. 성남시는 지난달 예산 소진율 100%를 기록했고, 수원시·고양시·화성시 등 주요 지자체도 80~90%에 달하는 높은 소진율을 보인다.
이혜원 경기도의원은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사업 예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정부는 물론 도 차원에서도 추가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