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인이 공실 인도 원하면
결국 임차인과 명도 협의해야
이사비·영업손실 보전비 등
때로는 임대수익보다 더 들어
"2년쯤 뒤에 건물을 팔 생각인데, 비어 있는 층에 임차인을 받아도 될까요?" PB센터를 통해 자산가 고객들을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자주 듣게 되는 고민이다. 공실로 두자니 임대수익이 아쉽고, 임차인을 받자니 나중에 건물을 팔 때 걸림돌이 될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임차인을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비어 있는 공간에서 매달 임대료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구를 '매각'으로 정해둔 건물이라면 판단이 달라진다. 임차인을 들이는 순간, 내 건물이지만 원하는 시점에 바로 비우기 어려운 건물이 될 수 있다.
흔히 계약서에 '2년 뒤 조건 없이 명도한다'는 특약을 넣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가 임대차에서는 이 문구만 믿기 어렵다. 2년 임대차계약 자체는 유효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났다고 곧바로 퇴거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최초 임대차 기간을 포함해 전체 10년 범위에서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매각 때 문제는 더 현실적이다. 매수인이 공실 인도를 원하면 결국 임차인과 명도 협의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사비, 영업 손실 보전, 권리금 관련 협의가 발생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그동안 받은 임대수익보다 명도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지기도 한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임차인이 있다고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우량 임차인이고 임대료 수준이 적정하다면 장점이지만, 임대료가 낮거나 계약 기간이 길고 명도가 어렵다면 오히려 부담이 된다. 리모델링, 대수선, 개발, 직접 사용을 검토하는 매수자에게는 공실 상태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물론 임대를 놓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단순히 '2년 뒤 퇴거'라는 특약에 기대서는 안 된다. 철거·재건축 계획이 있다면 계약 당시 공사 시기와 소요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실제 그 계획에 따라 진행될 수 있는 구조인지 살펴야 한다.
공실은 늘 손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매각을 앞둔 건물에서는 공실이 선택권이 되기도 한다. 2년 뒤 팔 건물이라면 지금 받을 임대수익만 볼 것이 아니라 나중에 원하는 시점에 비울 수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이관재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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