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투쟁) 감안해서 15분 일찍 나왔는데도 좀 늦었어요."
30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강지윤 씨(34)는 버스에서 내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밤사이 결정된 서울 시내버스의 준법투쟁으로 출근길에 불편을 겪었다며 "배차 간격이 평소보다 10분가량 늘었고 승객도 많아 혼잡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서울 버스 노조에 따르면 시내버스 노조는 오전 4시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이날 새벽까지 통상임금 개편을 둘러싼 협상에서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 전 행동에 나선 것이다.
서울 버스 노조가 파업이 아닌 준법투쟁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업장에서 필요한 업무를 최소한으로 유지시키는 쟁의행위 방식이다. 노조는 승객이 교통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는 등 안전이 확보된 것을 확인 뒤 출발하거나, 앞서서 가는 차를 추월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연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갔다. 이에 이날 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되진 않았으나 운행 속도가 줄고 배차 간격이 늘었다.
투쟁 첫날 서울 시내 버스정거장 등 출근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교통 불편이 점점 심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날 오전 강남역 앞 버스정류장 앞에는 10여명의 승객이 배차 안내판과 휴대폰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번갈아 쳐다보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한숨을 내쉬는 등 초조한 모습을 드러냈다. 몇몇 시민들은 짜증을 내기도 했다.
일부 승객은 버스 출입문이 열리자 종종 걸음으로 뛰면서 내리기도 했다. 인근 직장인인 20대 박모씨는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며 투쟁 소식을 알게 돼 아침을 거르고 서둘렀고, 내일부터는 당분간 지하철로 출근할 것"이라며 "투쟁이 노동자 권리라는 것은 알지만 불편이 체감되다 보니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일부 버스의 배차 간격이 15분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일순간 정류장에 20m가량이 대기 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경기 용인에서 출근한다는 40대 최모씨는 "강남역까지 지하철로 와서 버스를 타야 회사에 도착하는데, 이미 좀 늦어서 오전에 급히 유연근무제를 선택해 천천히 출근하고 있다"면서 "강남역에서 회사까지 버스가 가장 편리한데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푸념했다.
파업 수준의 큰 혼란은 아니었다는 시민들의 의견도 있었다. 여의도 직장인 김모씨(36)는 "임금인상, 처우개선 등을 놓고 해마다 이런 협상을 하고 파업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불편하더라도 필요한 것이라면 잠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앞서 노사는 전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조정회의에서 통상임금 개편을 두고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기존 판례를 변경했으므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기존 임금체계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음을 전제로 마련된 것이므로 임금체계도 새롭게 손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노조가 총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해에도 임금 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이날 서울시는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해 지하철의 출근 주요 혼잡시간 운영을 현행 오전 7∼9시에서 오전 7∼10시로 1시간 연장해 1∼8호선과 우이신설선의 열차 투입을 47회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