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디카페인' 마셨는데 '이럴 줄은'…커피업계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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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디카페인' 마셨는데 '이럴 줄은'…커피업계도 '초비상'

“디카페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었네요.”

최근 한 커피전문점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직장인 A씨는 디카페인 커피에도 카페인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저녁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해 디카페인을 골랐지만 제품마다 잔류 카페인 함량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정부가 디카페인 커피 표시 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배경이다.

디카페인 커피 표시 기준이 강화되면서 커피업계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이 사상 처음 1만t을 넘어설 정도로 시장은 커졌지만 관리 기준도 촘촘해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대용량 커피와 에너지음료 등 고카페인 음료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디카페인 기준 달라진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해 디카페인 커피 표시 기준을 미국 등 해외 기준에 맞춰 강화했다. 기존에는 원두에서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하면 ‘디카페인’ 표시가 가능했지만 2028년부터는 잔류 카페인 함량이 고형분 기준 0.1% 이하인 경우에만 표시할 수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표시 기준을 ‘제거율’에서 ‘잔류량’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는 원두 자체의 카페인 함량이 높으면 90%를 제거해도 실제 남는 카페인 양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디카페인’이라는 같은 표시가 붙어 있어도 실제 남아 있는 카페인 양은 제품마다 차이가 날 수 있었던 셈이다. 앞으로 국내 디카페인 표시 기준은 실제 남아 있는 카페인 함량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만 디카페인 표시가 허용될 전망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원가다. 카페인 제거율이 높을수록 공정 비용이 올라 수입 단가도 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거율 90%대 원두와 99% 이상 원두는 가격 차이가 적지 않다”며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제품에서 ‘디카페인’ 문구를 빼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디카페인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1만40t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4755t과 비교하면 4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 원두 수입량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대기업은 이미 대응…중소업체는 부담

대형 프랜차이즈는 이미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는 원두를 쓰는 경우가 많아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위기다. 문제는 중소 프랜차이즈와 개인 카페다. 원두 교체 비용뿐 아니라 성분 분석, 포장재 수정 등 부수 비용까지 떠안을 수 있어서다.

포장재 부담도 적지 않다. 표시 기준이 바뀌면 기존 패키지를 폐기하거나 새 기준에 맞춰 다시 제작해야 할 수 있다. 원두를 직접 수입하거나 자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일수록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규제가 대용량 커피와 에너지음료 등 고카페인 음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말차, 얼그레이, 밀크티처럼 소비자가 카페인 함량을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음료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디카페인 커피를 시작으로 카페인 표시 관리가 더 넓은 음료 카테고리로 번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표시 기준이 바뀌면 기존 포장재를 폐기하고 다시 제작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한다”며 “대형 업체보다 중소업체 부담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윤지 기자 yunto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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