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결사 항전 "US스틸 포기안할것"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기업 US스틸을 인수하는 건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허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 기업 모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과 동맹국 관계로 미국 측 의견을 항상 존중해오던 것이 일본 정·재계 관례였음을 볼 때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7일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도쿄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든 대통령의 위법한 정치 개입으로 심사가 적절하지 않았으므로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어 미 정부 심사가 무효임을 요구하는 불복 소송 등을 냈다면서 "승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사 항전'이라는 표현까지 쓴 하시모토 회장은 "미국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걸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포기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산업계에서 미·일 간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제대로 된 설명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이 미국 행정부와 소송전을 벌일 정도로 강력 반발하는 것은 크게 3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성장동력이 떨어져가는 일본제철의 생존을 위해서는 US스틸 인수를 포함한 사업 다각화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특히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수요가 늘고 있어 일본제철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면 2023년 조강 생산능력 기준 5941만t으로 중국 안스틸(5589만t)을 제치고 세계 3위가 된다.

시설이 낙후된 US스틸은 공장을 개·보수해 현대화하면 성장 여력이 크다. 일본제철이 목표로 하는 2030년 1억t 생산도 겨눠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철강을 1억t 이상 생산하는 곳은 중국 바오산철강(1억3077만t)이 유일하다. 두 번째는 친환경 철강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철강업은 제조업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 탈탄소 기술과 관련해 앞서 있는 일본제철은 이를 US스틸에 접목하면 친환경 철강업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이후 반전을 노리는 의도도 있다. 소송전을 시작해 매각중지 명령의 효력을 중단시킨 뒤 트럼프와 협상을 벌여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관세가 더 수익성 있고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어줄 텐데 왜 지금 그들은 US스틸을 팔기를 원하느냐"며 재차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기존 입장을 완전히 번복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US스틸의 설득이 먹힐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오는 6월까지 인수가 성사되지 않으면 일본제철은 US스틸에 위약금 5억6500만달러(약 8300억원)를 물어야 한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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