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네" 직장인들 엄지척…챗GPT 제친 '클'대리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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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앤스로픽 클로드 결제액이 지난달 처음으로 오픈AI의 챗GPT를 앞섰다. 기업 고객을 사로잡은 게 비결이다. 클로드 돌풍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달 클로드의 국내 신용카드 결제액은 495억원에 달했다. 줄곧 국내 1위를 지킨 챗GPT(472억원)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구글 제미나이의 지난달 결제액은 137억원이었다. 결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클로드가 42.4%, 챗GPT가 40.4%였다.

지난해 한국어 지원을 강화하고 한국 신용카드와 원화 요금제를 내놓은 클로드의 성장 속도는 무섭다. 지난 1월만 하더라도 클로드 결제액은 157억원으로, 챗GPT(491억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업무용에 특화한 클로드의 수요가 기업을 중심으로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클로드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가장 비싼 요금제(맥스 20x·월 200달러)를 이용해야 하는데, 회사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클로드를 많이 구독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분기 클로드의 법인카드 평균 결제액은 18만1000원으로, 개인카드(평균 6만5000원)보다 세 배가량 많았다.

홍세화 한경에이셀 리서치총괄은 “클로드는 장기 이용자 중심 고단가 매출 구조가 강화되고 있어 질적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인카드가 결제액 60% 차지, 결제 건수는 16%…성장성 커
챗GPT·제미나이 주고객은 개인

국내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가 지난달 국내 AI 구독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면서 나온 해석이다. 생성형 AI가 더 이상 대규모언어모델(LLM)에 한정되지 않고 업무의 핵심 인프라로 안착하고 있는 것이다. 클로드의 부상으로 국내 AI 시장은 기업 고객의 클로드와 개인 고객의 챗GPT·제미나이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일 잘하네" 직장인들 엄지척…챗GPT 제친 '클'대리 돌풍

◇클로드 1년 새 점유율 5배↑

26일 한경에이셀(Aicel)의 ‘2026년 1분기 한국 생성형 AI 소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76.9%에 달한 오픈AI의 챗GPT 점유율은 올해 1분기 48.5%로 낮아졌다. 그 대신 클로드가 같은 기간 6.7%에서 31.7%로 크게 뛰며 따라붙었다. 특히 이 같은 기조는 지난달 클로드가 42.4%로 높아지며, 챗GPT(40.4%)를 처음으로 앞서며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한경에이셀이 2000만 명가량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정해 산출한 결과다.

클로드의 선전은 기업 고객에서 촉발됐다. 올해 1분기 클로드의 월 결제액 평균은 10만5794원으로, 챗GPT(4만9105원)와 제미나이(3만645원)를 압도했다. 일반적인 개인용 구독료가 20달러(약 2만9000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클로드 결제액의 상당 부분이 고가 요금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가 비용은 기업에서 나왔다. 올해 1분기 클로드의 법인카드 평균 결제액은 1년 전보다 116% 높아진 18만1000원이었다.

클로드의 결제 주체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클로드의 코딩 능력이 다른 모델보다 정교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클로드는 필수재가 되고 있다. 벤처캐피털(VC) 멘로벤처스에 따르면 코딩용 AI 모델 시장에서 클로드의 점유율은 42%로 챗GPT(21%)의 두 배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다른 직군 회사원들도 클로드를 구독하고 있다. 특히 회사원들은 월 20달러의 ‘Pro 모델’이 토큰 사용량이 제한돼 업무 시 끊기는 일을 경험하고 ‘Max 5x(월 100달러)’나 ‘Max 20x(월 200달러)’ 모델 등으로 옮겨 갔다. 한 대기업 직원은 “월 200달러는 개인으로선 비싼 가격이지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회사 입장에선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했다. 지갑을 여는 ‘우량 고객’을 클로드가 선점했다는 얘기다.

클로드 이용자의 재유입률과 재구매율도 높다. 통상 구독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초기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이탈하기 마련이지만, 클로드는 초기 이탈자들이 서비스 고도화 시점에 맞춰 유료 결제자로 다시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1분기 클로드를 결제한 이용자의 올해 3월 재구매율은 41%에 달했다.

클로드 이용자의 잔존율도 높은 편이다. 지난 1월 결제자의 익월 재구매율은 76.3%, 2월 결제자의 익월 재구매율은 80.1%였다. 한경에이셀 리서치팀 관계자는 “한동안 결제를 멈췄던 이용자들이 2월 클로드 4.6 Sonnet 등 신모델이 출시되고, 업무적 필요성이 높아지자 재가입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클로드의 결제액 기준 점유율은 높지만, 결제 건수 기준 점유율은 16%(지난 1분기 기준)에 그친다. 개인 고객이 많은 제미나이가 결제 건수 기준 점유율이 24%나 되지만 결제액 비중은 14%에 그치는 것과 상반된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올해 AI 구독료 1조원 돌파”

한경에이셀은 이날 보고서에서 국내 생성형 AI 결제거래가 올 1분기 554만 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0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올해 국내 생성형 AI 결제액을 1조1670억원으로 예상했다. 2024년 2151억원 수준이던 시장이 2년 만에 다섯 배 이상 커지는 것이다.

특히 법인 결제액이 1분기 기준 1242억원으로 전년 동기(456억원)보다 172% 급증한 점은 생성형 AI가 기업의 고정 투자비로 자리 잡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거 전산 인프라나 클라우드 서비스가 그랬듯이 생성형 AI 역시 조직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디지털 필수재’로 안착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1분기 기준 개인 결제액이 1675억원으로 전년 동기(753억원) 대비 122% 증가한 점도 시장 성장 요인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소비 지형을 바꾸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처럼 개인 소비자에게 AI 모델도 필수 구독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빅3의 독주 속에 국내 토종 AI 기업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점은 숙제로 남는다. 1분기 기준 국내 소비자가 챗GPT에 쓴 돈은 1416억원에 달했다. 클로드(924억원)와 제미나이(413억원) 등도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뤼튼과 솔라 등 한국의 AI 모델은 같은 기간 각각 56억원, 1억원에 그쳤다. 재구매율(12개월 기준)도 챗GPT는 52%, 클로드는 40%, 제미나이는 38%였지만 토종 AI는 20%대에 그쳤다. 제미나이 등 글로벌 AI 모델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브라우저 등으로 묶어 고객을 ‘록인’하는 전략을 쓰는 반면, 한국 AI모델들은 상품 하나만 존재하는 부분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경에이셀 리서치팀 관계자는 “이제 이용자는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수준을 넘어 코딩을 해주거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실무 에이전트’를 원한다”며 “생성형 AI 시장이 구독 유지, 요금제 상향, B2B(기업 간 거래) 도입 등으로 피벗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한신/라현진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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