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경고에 뿔난 트럼프 “파월 빨리 그만둬야” 또 해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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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독립성은 법적 문제” 사퇴 불가 고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내가 그를 해고하고 싶다면, 그는 정말 빨리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어떤 정치적 압력에도 절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기준 금리 인하를 두고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두 사람의 신경전은 법적 대립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수개월 동안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후임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이사회 이사를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그(파월 의장)와 나는 잘 맞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 그것을 알리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도 “파월의 임기는 빨리 종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WSJ은 익명의 관계자들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3월경 플로리다에 있는 자신의 사저에서 후임자로 점 찍어둔 워시 전 연준 이사 등과 파월 의장의 해임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워시 전 이사는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전 그를 해임할 경우 이 문제는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제도법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파월 의장도 자신의 해임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에 끝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카고=AP 뉴시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카고=AP 뉴시스
해임 압박을 받고 있는 파월 의장은 역설적이게도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 의장이 됐다. 2022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의해 4년 임기를 더 맡게 됐고,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을 요구하더라도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6일(현지 시간)에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연설을 마치고 “우리(연준)의 독립성은 법적 문제”라며 “사유가 없으면 해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정치로부터의 독립’은 연준 의장들이 1970년대부터 강조해 온 입장이다. 연준은 1972년 미 대선을 앞두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저금리 유지 요구에 굴복해 15년간 고물가를 지속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이후 정치의 개입을 차단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립은 최근 더욱 거세지고 있다. 파월 의장은 시카고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컸다”며 “경제적 영향 또한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며 적어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이후 뉴욕증시는 폭락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결정이) 항상 늦고, 틀리는 연준의 파월이 또 하나의 전형적인 엉망진창 보고서를 냈다”며 “유가와 식료품(심지어 계란까지) 가격은 하락하고, 미국은 관세로 부유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해임 논의 관련해서 AP 통신은 “트럼프의 (관세 등) 조치로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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