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의 인생홈런]뮤지컬 스타 된 피겨 이준형 “좋아하는 일 해 행복”

17 hours ago 5

피겨 선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이준형. 예명으로 이준우란 이름을 쓴다. 이준형 제공

피겨 선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이준형. 예명으로 이준우란 이름을 쓴다. 이준형 제공

이헌재 스포츠부장

이헌재 스포츠부장
어린 시절 그의 세상은 얼음 위였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그는 서울 목동과 경기 고양, 과천 등 빙상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25세를 기점으로 서울 대학로로 무대가 바뀌었다. 공연과 연습을 하는 주 공간이 바로 대학로이기 때문이다. 남자 피겨 국가대표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이준형(30) 얘기다. 배우로 활동할 때는 이준우라는 예명을 쓴다.

피겨 팬들에게 이준형은 익숙한 이름이다. 유망주였던 그는 2014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때 피겨 남자 싱글 올림픽 티켓을 따 온 것도 그였다. 이준형은 2017년 9월 열린 네벨호른 트로피 대회에 출전해 16년 만에 남자 싱글 올림픽 티켓을 획득했다. 다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해 올림픽 무대를 밟진 못했다. 선발전 1, 2차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던 그는 극심한 부담 속에 3차 대회에서 최악의 연기를 하면서 역전당하고 말았다.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가 뮤지컬 배우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계기가 된 것도 바로 피겨다. 2014∼2015시즌 그의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이준형은 “원래 공연 보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주제곡으로 쓰게 된 ‘오페라의 유령’을 영상으로 본 뒤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듬해 한국에서 공연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관람한 뒤엔 “언젠가는 꼭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서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따로 노래를 배운 적은 없다. 하지만 워낙 좋아하다 보니 틈만 나면 혼자서 연습을 했다. 다행히 그에게는 음악적인 재능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빙상장들이 문을 닫았을 무렵 그는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2021년 창작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으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14개 작품에 출연했다. 현재 그는 대학로에서 9월까지 열리는 창작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스메르쟈코프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이준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게 정말 어렵지 않나. 그런데 피겨도 좋아서 열심히 했고, 선수 생활이 끝나자마자 꿈꾸던 무대에도 서고 있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혼자서 모든 걸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피겨와 달리 공연은 함께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그는 “아무래도 선수 시절보다는 부담이 덜한 것 같다. 피겨는 1년을 준비해도 10번 정도 대회에 나간다. 하지만 공연은 일주일에 세 번은 고정 출연할 기회가 있다”고 했다.

뮤지컬을 통해 그는 평생의 배필도 만났다. 그는 뮤지컬 ‘아가사’에 함께 출연했던 백은혜 배우(40)와 지난달 결혼했다. 결혼식에는 그와 동시대에 선수 생활을 했던 ‘피겨 여왕’ 김연아를 비롯해 곽민정, 박소연, 김해진 등 왕년의 피겨 스타들이 모두 모였다. 이준형은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가까운 곳에서 함께 호흡하는 게 즐겁다”면서 “언젠가는 내게 뮤지컬의 꿈을 일깨워 준 ‘오페라의 유령’ 같은 큰 작품에도 출연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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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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