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골목 그라피티, 미술관으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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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골목 그라피티, 미술관으로 들어오다

입력 : 2026.02.22 17:43

OCI미술관 지알원 개인전
한국 1세대 그라피티 작가
펑크 뮤지션 초상화부터
들개 등 거리 위 존재 그려

사진설명

홍대나 이태원의 낡은 전봇대를 유심히 본 적이 있다면 한 번쯤 마주쳤을 스티커가 있다. '지알원 왔다감'이라고 쓰인 스티커다. 도시 곳곳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던 이 낙서의 주인공이 담벼락을 넘어 미술관 안으로 들어왔다. 한국 1세대 그라피티 아티스트 지알원의 개인전 'Grrr!'가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명 'Grrr!'은 들개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형상화한 의성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대형 신작 '개들이 짖는다'(사진)는 네 마리의 들개가 포효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주목해온 주변부의 존재들을 상징한다. 작가의 시선은 늘 화려한 중심부보다는 그늘진 골목에 머문다. 전시장 1층을 채운 대형 초상화 연작 'People, Like This'가 대표적이다. 타투이스트, 펑크 뮤지션 등 비주류 문화인들을 캔버스에 담았다.

2000년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거리에서 그라피티를 그리기 시작했다. 전시장에 마련된 '아카이브 2000-2025'에는 지난 25년간 그의 활동상이 사진으로 빽빽하게 담겼다.

다 쓴 스프레이 캔을 찌그러뜨리고, 거리에서 뜯어낸 그라피티 벽화 조각을 붙여 만든 부조가 눈에 띈다. '지알원 왔다감'이라는 자신의 스티커와 동료 예술가들의 스티커들을 캔버스에 다닥다닥 붙인 작업은 휘발되기 쉬운 거리 예술을 영속적인 기록으로 변환하려는 집념을 보여준다.

설치 작업 'New Garden' 역시 결을 같이한다. 합판에 식물을 그려 정원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오각형 모양으로 잡초를, 육각형 모양으로 고목을 표현했다. 변두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력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미술관 계단 벽면 곳곳에는 작가가 그의 동료와 남긴 실제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다. '지알원 왔다감' 스티커도 전시장 곳곳에 숨어 있다. 거리의 예술이 제도권 미술관의 흰 벽면에 새겨지며 발생하는 묘한 쾌감은 이번 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백미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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