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계엄 후 침묵할 수 없었다"…추경 요구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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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했던 것과 관련해 "중앙은행 총재로서 침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외교정책협회(FPA)가 수여하는 메달을 받은 뒤 만찬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통령 탄핵이 조기 대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 정책에 대한 양당의 견해가 상반된 가운데 재정 부양책을 언급할 경우 정치적 편향으로 비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계엄 사태 이후 내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었다"며 "금리 인하와 함께 어느 정도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안이 초당적으로 통과된다면 한국의 경제 정책만큼은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메시지를 국제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어 국가신용등급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가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지만 케인스가 그의 스승 마셜을 가리켜 말했듯이 경제학자는 때로는 정치인만큼 현실적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최근의 정치적 난관들 속에서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것뿐 아니라 정치로부터도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은 민감한 시기에도 계엄 사태가 우리 경제와 환율에 미친 영향 등과 같이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사안에 균형 잡히고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평가를 하고, 가장 필요한 시점에 객관적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최근 세계 경제가 직면한 불확실성과 관련해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수출 중심 구조를 가진 우리 경제는 대외 환경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주요국 관세 인상은 우리나라 수출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하는 수출품들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대해선 "작년 말 계엄령 선포 이후 고조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그간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어려움을 한층 가중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복잡한 지정학적 긴장, 무역 갈등 속에서도 굳건한 한미 관계는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비영리 기관인 외교정책협회가 수여하는 메달은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책임감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졌다.

역대 수상자 중엔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이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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