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퓨처로그] 스페이스X IPO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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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논설위원실장이진호 논설위원실장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위성 사업체 스페이스X가 다음달 즈음 기업공개(IPO)를 코앞에 두면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IPO를 통한 기업가치 총액 최대 기록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석유기업 아람코가 갖고 있다. 지난 2019년 연말 상장하면서 공모 물량은 단 1.5%만 풀었지만 단숨에 1조8000억달러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스페이스X는 여전히 공식 확인되지 않은 설만 난무하지만 대체로 2조달러 안팎 시가총액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 아람코는 석유시대의 왕좌에 앉아 별다른 기술 없이 내로라하는 하이테크 기업들을 제치고 최고 몸값을 찍었다. 오일달러의 위력을 세계에 확인시켰고, 그것은 쉽게 깨지지 않을 아성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자본시장은 늘 새로운 기업과 비즈니스에 열광한다. 석유로 뽑아올린 자본의 탑은 우주를 향하는 기술 앞에 군말 없이 최고 자리를 내주게됐다. 자본은 역시, 현재의 가치보다 앞으로의 가능성 크기에 쏠리는 게 분명해 보인다.

스페이스X는 화성 이주를 목적으로 창업했다. 아주 먼 얘기 같지만, 이미 로켓 속도로 많은 것을 현실화시켰다. 특히, 화성 이주를 위한 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주발사 비용을 우주왕복선 시대에 비해 2% 수준까지 떨어뜨렸다는 최신 보고가 있었다.

이런 세계 최대 돈잔치 IPO가 벌어지는데, 한국은 어떤가. 코스피와 코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치솟고 있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다. 자본시장 제도나 법 감정은 혁신가의 새로운 도전과 기업가의 성장 꿈을 오히려 주저앉히고 있다.

쪼개기 상장 금지로 쏘아올린 주주 보호 장치 논의가 아예 중복상장 금지로 여론을 넓혀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소수(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다수(일반주주)가 피해를 입는 일은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는 창업가는 나오겠지만, 연속 창업가는 사라질 것이다. 인수합병(M&A)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독립 자회사를 키워 모회사보다 더 크게 성장시키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지금 논의대로라면 이런 무시무시한 일이 현실화된다.

주주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제도가 주주를 보호해주는 장치보다 해당 기업이 성장해 주주들을 보호하고 이익을 돌려주는 기업 풍토 조성이 몇 배는 더 중요하다.

중복 상장을 가로막아 얻는 주주이익보다 그런 회사를 상장시켜 더 크게 성장시키지 못해 얻는 사회적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을 금융당국이 모를리 없다. 다만, 이 정부가 주창하는 서민·주주·소비자로 통칭되는 이들의 보호를 지상과제 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한 벤처 1세대 기업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를 토하듯 얘기한 상황은 우리가 왜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의 IPO를 그 천문학적인 금액 만큼 부럽게만 쳐다봐야하는지 명확하게 일깨운다.

한국 같으면 천하의 일론 머스크도 테슬라 하나로 끝냈어야할 일이다. 아니, 페이팔을 매각하는 것으로 기업계을 떠났어야할 일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인류에겐 화성 가는 일이 더 멀어졌을 것이다. 아예 발사로켓 재사용, 메탄 연료 활용 같은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분할 상장 금지로 포장된 중복 상장 금지로 얻고자 하는게 진정 소액주주 보호인가? 기업가 죽이기인가?

이진호 논설위원실장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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