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준히 늘어나는 암을 피할 수 있는 특효법은 뭐가 있을까. 필자도 수많은 암 전문가들을 만나고 취재해 봤지만 먹을거리를 통해 암을 막을 중요한 비법은 없어 보인다. 물론 특정 몇 개 암종은 예방할 수 있다고 의학적으로 증명된 게 있다.
2018년 국립암센터에서 발간한 ‘간세포암전가이드라인’에는 적당한 커피가 간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커피를 하루 1∼3잔 마시는 경우 간질환과 간암 발생률이 낮아졌다. 고혈압이 심하거나 심부전,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 방광염,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커피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은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암 예방이 가능한 백신이다. 최근엔 여성만 맞는 백신이 아니라 12세 남아도 백신 무료 접종 대상에 포함됐다. 간암과 위암은 각각 원인이 되는 B형 간염을 예방하거나 헬리코박터균을 관리함으로써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암 예방을 위해 멀리서 찾기보다 이미 알려진 데서 찾아 이를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한 인체 발암물질을 주목해 보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WHO는 인체발암성과 관련한 충분한 근거 자료가 있는 인체발암물질(1군)과 인체 자료는 제한적이지만 동물 실험으로는 근거 자료가 충분한 인체발암추정물질(2A군)을 분류했다. 2년 전에는 WHO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2B군)로 분류해 음식물 섭취에 고민이 하나 늘었던 기억이 난다. 다만 2B군은 실험 동물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물질이다. 2B군엔 아스파탐 외에도 야채 절임이나 전자파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인체발암물질(1군)과 인체발암추정물질(2A군)에 속하는 것들은 아스파탐보다 일상생활에서 더 흔히 볼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물질들이다. 인체발암물질(1군)의 대표적인 것이 담배, 술, 가공육,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등이다. 이들은 이미 논문 등으로 충분히 검증된 발암물질이지만 이를 간과하거나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금연하고 절주하는 것이 암 예방의 가장 기본이라는 얘기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암을 발생시키는 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균도 혈액 검사와 제균 치료를 통해 질환의 악화를 막고 위암으로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의 절반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다는 분석도 나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위·십이지장궤양 환자 △변연부 B세포 림프종 환자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조기 위암 환자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은 항생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인체발암추정물질(2A군)에는 고온의 튀김, 적색육,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 섭취 등이 해당된다. 이 또한 일상생활에서 흔히 식탁에 오르지만 애써 피하려 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즉 이미 알려진 1급 발암물질과 2급 발암물질만 피하는 것만으로 암은 상당히 예방이 되는 셈이다. 국내 발생률이 여전히 높은 위암은 탄 것과 짠 것을 피해야 된다. 특히 고기를 태우는 것이 위험한데 고기를 태우면 그 안에 벤조피렌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탄 고기는 아예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또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육류 섭취, 특히 소고기, 돼지고지 같은 붉은 고기와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육을 피해야 된다. 그 대신 채소와 과일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올해는 위에서 열거한 인체발암물질을 줄이는 생활습관부터 실천하기를 추천한다. 전체 암 발생의 3분의 1은 암 유발 물질들을 피하는 생활습관을 통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 WHO의 제언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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