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동은 이 부총리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선 회동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축 논의가 있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 부총리와 의협 회장이 처음 만난 자리였고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며 이를 부인했다. 의협 측도 “올해 2개 학번이 함께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할 마스터플랜을 교육부가 내놔야 그 다음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며 “2026학년도 정원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하기 위한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다. 의대가 있는 각 대학은 지난해 4월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정부 방침에 따라 2000명 증원을 반영하여 공고했다. 만약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변경한다면 대학들은 4월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의대 정원은 각 대학에 결정 권한이 없고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므로 정부가 빨리 전체 의대 정원을 몇 명으로 할 건지, 각 대학별 배분을 어떻게 할 건지를 결정해야 한다. 의협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0명으로 하거나 2025학년도에 증원된 만큼 덜 뽑아야 의대 교육이 정상화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총리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데 긍정적인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1년간 어떤 대책을 내놔도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을 주기 위해서라도 2026학년도는 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 대학들도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계속 건의해 왔다.이 부총리는 최근 대학 총장들과의 만남 등 여러 자리에서도 지난 1년간 의대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사실상 교육부 장관은 결정권이 없고 대통령 뜻에 따라 움직였다는 취지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줄이는 것에 대해 대통령실과 복지부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정부 내에서도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리는 이달 10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함께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을 통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는 의료인력 수급전망과 함께 대다수의 학생들이 2024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점, 각 학교 현장의 교육여건까지 감안해 제로 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로 베이스’라는 표현은 이 부총리가 직접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4일 조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점 재검토 의미가 동결, 증원, 감원이 다 포함됐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설명자료를 내고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계와 유연하게 협의해 나가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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