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남북대화 해야한다는 게 국민요구… 서해 공무원 피살, 정리할 필요”
野 “국정원, 대남연락소 전락 걱정”… 與 “용납 못해, 사과하라” 고성도
● 李 “남북 대화 해야 한다는 게 국민 요구”
이 후보자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포한 상태에서 국정원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냐는 국민의힘 소속 신성범 정보위원장의 질문에 “전통적으로 남북관계가 아주 어려울 때 그것을 돌파하는 데 저희에게 일정한 임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대화를 트는 데 저희가 할 역할이 있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이후 기자와 만나 “적대적인 두 국가라는 북한의 규정이 있는 속에서 최소한의 군사적인 긴장 완화(를 해야 하고) 남북 대화는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상대가 있으니 여건과 타이밍을 보겠다”고 했다.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선 “관련 단체들을 설득하고 살포하지 못하게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고 각 기관이 좀 더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고 했다.‘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선 “정책적 판단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불행한 사건”이라며 “나름대로 좀 씻어낼 것은 씻어내고 정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국정원은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서훈,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친북’ 논란에 대해선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는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김정은은 독재자인가’라고 묻자 “독재자다”라고 답했다. 자신이 ‘자주파’로 불리는 것에 대해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주파도 동맹파도 아니며 실익을 따라 살아왔다”고 말했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대해선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지 않게 하면서 통상 국가이기 때문에 이 풀 저 풀 뜯어 먹고 살아야 하지 한쪽 풀만 뜯어 먹고 살 수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경찰로 이관된 대공수사권과 관련해선 “현업에 있는 직원들이 볼 때, 조사권 가지고는 (대공 업무 수행이) 도저히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어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과 같은 적국에만 적용되는 간첩법을 외국을 위한 스파이 행위로 넓히는 개정안에 대해선 “반드시, 빠른 시간 내에 간첩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野 “대남연락소 될 것” 與 “사과해야”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국회 인사청문회였던 이날 여야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가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국익 손실 우려가 있어 철회돼야 한다’거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파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이 후보자는 굉장히 친북적이다. 국정원이 대남연락사무소로 전락할지 걱정하게 된다”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국정원장 후보자를 대남연락소장으로 지칭하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사과를 요청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에게 대남연락소장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이 대남연락기관이 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사과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두 의원이 서로를 향해 “반말하지 말라”고 말하는 등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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