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국 여성도 현역병 복무?”…병역법 개정안 발의됐다는데

6 hours ago 5

젠더갈등·표심 걱정에 말 아꼈지만
정치권, 장병 수 급감에 논의 시작
“여성의 복무 참여 기회 넓히도록”

지난 20일 울산항 5부두 일대에서 열린 ‘사이버 위기대응과 연계한 울산항 통합방호훈련’에서 군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0일 울산항 5부두 일대에서 열린 ‘사이버 위기대응과 연계한 울산항 통합방호훈련’에서 군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병역 자원 감소가 비단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출산의 파장은 해마다 군의 모병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사회적 논의가 미진한 가운데 국군의 숫자는 최근 6년 동안에만 무려 11만명이 감소했다.

당장은 군부대 통폐합, 과학화 장비 적극 도입, 현역 판정률 상향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마땅한 탈출구가 없다.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자 정치권이 여성에게도 현역병 복무의 길을 열고자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국힘 의원들, 병역법 개정안 발의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정부서울청사 폭발물 테러 대응 합동훈련에 참가한 군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정부서울청사 폭발물 테러 대응 합동훈련에 참가한 군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여성의 현역병 복무 기회를 넓히고 복무 실태 보고를 의무화하는 ‘병역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는 김 의원 외에도 당 중진들을 비롯한 10명의 야당 의원이 함께했다.

이 법안은 병무청장이나 각 군의 참모총장이 현역병을 선발할 때 성별 구분 없이 지원자를 선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방부 장관이 여성 현역병 복무 실태와 고충 처리 현황 및 제도 운용 성과를 매년 정기 국회 개회 전까지 국회에 보고하게끔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법만으로도 여성이 지원을 통해 현역 또는 예비역으로 복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관(장교) 또는 부사관 위주로만 선발돼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병장 이하 계급이 해당하는 현역병의 경우 남성 위주로 징병이 이뤄지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여성의 현역병 복무 기회를 넓히고 복무 실태 보고를 의무화하는 ‘병역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 출처 = 김미애 의원실, 연합뉴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여성의 현역병 복무 기회를 넓히고 복무 실태 보고를 의무화하는 ‘병역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 출처 = 김미애 의원실, 연합뉴스]

개정안 대표 발의자인 김 의원은 “병역 자원 감소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라며 “여성의 자발적인 복무 참여 기회를 넓히고, 성별과 무관하게 다양한 인재가 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발의 이튿날인 지난 20일부터 곧바로 국회 국방위원회 심사에 들어갔다. 체계자구 심사 등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 정부로 이송된 뒤 공포, 법안이 시행될 전망이다.

사진설명

저출산 직격탄에 6년 새 11만명↓

지난 19일 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크루즈 터미널에서 열린 ‘2025 을지연습 인천항 국가 중요 시설 통합방호 실제훈련’에서 9공수 장병들이 크루즈 승객 인질 구출을 위해 터미널로 진입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9일 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크루즈 터미널에서 열린 ‘2025 을지연습 인천항 국가 중요 시설 통합방호 실제훈련’에서 9공수 장병들이 크루즈 승객 인질 구출을 위해 터미널로 진입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여성의 군 복무는 정치권에서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화두 중 하나다. 선거철이 되면 징병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성의 기초군사훈련 참여 법제화 등 제한적인 공약을 내놓는 정치인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스라엘 등 외국의 여성 징병 사례도 종종 거론됐다.

그러나 정계 인사들은 그간 젠더 갈등 심화,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 등을 의식해 공개 논의에 대체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더는 방임할 수 없을 만큼 병역 자원 감소가 심각해지자 정치권이 비로소 여성 현역병 복무 활성화를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장 오는 2028년 상비 병력 50만명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년이 더 지나면 출생아 수 감소로 입대할 남성이 연간 약 10만명으로 줄어든단 전망까지 나온다. 머릿수가 많은 육군의 규모 감소가 가장 빠르다.

지난 19일 오후 경주역에서 열린 APEC 대비 및 2025 을지연습에서 참가 인원들이 테러 상황 등에 대한 대처 훈련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경주역에서 열린 APEC 대비 및 2025 을지연습에서 참가 인원들이 테러 상황 등에 대한 대처 훈련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방부와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군의 숫자는 2019년 56만명에서 11만명이 감소해 지난달 기준 45만명을 기록했다. 군 당국이 정전 상황에서 필요한 최소 병력 규모로 보는 숫자는 50만명이다.

병력 감소의 직격탄으로 사단급 이상 부대도 대폭 줄었다. 2006년 59곳이던 사단급 이상 부대는 현재 42곳으로 17개 부대가 해체되거나 통합됐다. 강원도와 경기 북부 지역 전투 부대(보병·기계화)와 동원부대가 주로 해체 대상이 됐다.

오는 11월에는 경기 동두천에 주둔 중인 육군 제28보병사단도 해체된다. 사라진 부대의 임무는 인근 부대들이 분담하게 된다. 남은 부대들이 방어해야 하는 구역이 더 넓어지는 만큼 작전 효율성, 대응 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 역시 군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해외서 한다지만, ‘역효과’ 걱정도

지난 6월 1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25㎞ 거리에 있는 호벨테 소재 왕립덴마크육군 막사 근처 훈련장에서 여성 지원병 카트리네(20)가 동료 여성 병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 AP, 연합뉴스]

지난 6월 1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25㎞ 거리에 있는 호벨테 소재 왕립덴마크육군 막사 근처 훈련장에서 여성 지원병 카트리네(20)가 동료 여성 병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 AP, 연합뉴스]

외국의 경우 덴마크가 지난달 1일(현지시각)부터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하는 제도를 시행해 화제가 됐다. 덴마크 역시 출산율이 낮은 국가이기는 하나, 출산율보다는 러시아의 침략 위협에 대한 우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군사 투자 증가가 배경이란 분석이다.

그간 덴마크는 만 18세 이상 남성만 징병해왔다. 기존에 연간 4700명 남짓이던 덴마크의 의무복무병 수는 양성 징병제 시행에 따라 오는 2033년까지 6500명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웃 국가인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스웨덴 역시 남녀를 모두 징병한다.

한국은 현역 판정률을 69.8%에서 86.7%로 16.9%포인트 끌어올리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중장기 대책은 부재한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는 여성 현역병 복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섣부른 제도 도입이 오히려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은 매경AX와 인터뷰 중인 유 의원. [사진 제공 = 유용원 의원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은 매경AX와 인터뷰 중인 유 의원. [사진 제공 = 유용원 의원실]

이번 병역법 개정안 발의에 공동 참여한 국회 국방위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부분의 부대가 여성 병사를 수용할 생활관과 화장실·샤워실 등 기본 인프라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32년간 국방부를 출입한 국방 전문기자 출신이다.

그는 “현장의 면밀한 준비 없이 제도만 앞서가면 복무하는 여성 병사들의 생활·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이는 곧 지휘관의 부담과 부대 운영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머릿수 채우기’에 중점을 둔 주먹구구식 제도 도입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단 것이다.

유 의원은 “병사로의 자발적 지원을 유도하려면 국방부 차원의 인센티브 설계가 필수적”이라며 “간부 전환 가점, 학위 교육·자격 취득 지원, 전역 후 경력 연계, 합리적 추가수당 보조 등 실질적 보상안이 마련되어야 여성 현역병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