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울산 HD의 경기. 대전은 2025시즌 홈 개막전에서 울산에 0-2로 패했다.
대전엔 홈 개막전 패배보다 뼈아픈 게 있었다. ‘핵심 미드필더’ 이순민(30)이 크게 다쳤다. 쇄골이 부러진 것. 대전 황선홍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수술이 불가피하다”며 “너무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났다.
5월 14일. 이순민이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경기에 출전했던 건 아니다. 이순민은 홈에서 펼쳐진 전북 현대와의 2025시즌 코리아컵 16강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황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이순민이) 연습경기에서 70분 정도 뛰었다”며 “본인은 ‘괜찮다. 뛸 수 있다’고 하는데 선발은 무리라고 봤다. 경기력을 차근차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순민은 이날 경기에 나서진 못했다. 밥신, 김문환 등 주축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교체 카드 활용, 0-3으로 끌려갔던 분위기 등 변수가 많았다.
‘MK스포츠’가 경기 후 이순민과 나눈 이야기다.
Q. 많은 팬이 이순민의 근황을 궁금해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재활했죠. 하루빨리 팬들을 만나기 위해 회복에 집중했습니다. 경기가 있는 날엔 팬들과 함께 대전을 열렬히 응원하기도 했고요.
Q. 황선홍 감독에게 “이순민이 연습 경기에서 70분 정도 뛰었다”고 들었습니다. 몸 상태는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습니까.
몸 상태가 제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왔습니다. 재활이 순조롭게 이루어진 결과죠. 경기 감각만 조금씩 회복하면 될 것 같아요. 큰 문제 없이 제 컨디션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올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다쳤습니다. 멘탈적으로도 힘든 시간이 있었을 듯한데요. 어떻게 이겨냈습니까.
동계 훈련을 아주 잘 치렀습니다. 스스로 ‘착실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준비가 잘 된 까닭에 몸 상태가 아주 좋았어요. 기대, 욕심도 컸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 2라운드에서 다친 거예요. 처음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습니다. 몸이 아주 좋았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다른 방법이 있나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현실을 받아들였죠. 벌어진 일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지금부터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도 많이 했죠. 좋은 생각을 가지고서 재활한 게 빠른 복귀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네요.
Q. 대전이 코리아컵 16강전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리그에선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 있습니다.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흐름이잖아요. 재활하면서 지켜본 대전 어땠습니까.
내가 이 팀의 일원이란 게 아주 자랑스러웠습니다. 지난해엔 진짜 힘들었거든요. 경기력이 시즌 초부터 안 나왔습니다. 부진이 길어졌어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확실히 느꼈죠. ‘시즌 초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한 해가 이렇게까지 힘들 수도 있구나’. 저를 비롯한 많은 선수가 동계 훈련 때부터 각오를 다졌던 것 같아요. ‘올해는 무조건 시즌 초부터 잘해야 한다’고.
우리가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따낼 수 있는 승점은 무조건 가져와야 해요. 시즌 개막 전 선수끼리 다짐했던 겁니다. 황선홍 감독께서도 강조한 것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올라설진 몰랐습니다(웃음). 우리가 열심히 땀 흘리긴 했지만, 지난해 힘겹게 살아남았던 그 팀이 맞나 싶은 생각도 했죠. 팀에 긍정적인 분위기와 기운이 생겼습니다. 저도 경기 감각 빨리 찾아서 팀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Q. 이순민을 기다린 팬이 많습니다.
많은 분이 제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셨어요. 제겐 이런 부상이 큰 위기일 수도 있지만, 제가 얼마나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잊지 않을 겁니다. 팬들의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팀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대전을 위해 더 희생하고, 헌신하겠습니다.
[대전=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