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서 한솥밥 먹다 빅리그行
美로 출국하며 서로 응원 메시지
올해 양팀 정규시즌 13차례 대결
“(김)혜성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박지성 선수 같다.”(이정후)“(이)정후는 비유가 필요 없는 슈퍼스타다.”(김혜성)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동료로 뛰다가 ‘코리안 메이저리거’로 다시 한번 같은 길을 걷게 된 절친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와 김혜성(26·LA 다저스)이 하루 차이로 미국으로 출국하며 서로를 향해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1999년 1월생인 김혜성은 1998년생인 이정후와 같은 해 고교를 졸업한 뒤 2017년 넥센(현 키움)에 같이 입단했다.
빅리그 2년 차를 맞는 ‘선배’ 이정후가 먼저 덕담을 건넸다.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한 이정후는 김혜성을 미국 동료들에게 어떻게 소개하겠느냐는 질문에 과거 세계적인 구단 맨유에서 뛰었던 박지성(현 K리그 전북 고문)을 언급하며 “실력적으로 이미 훌륭한 혜성이가 정말 좋은 팀에 간 것 같다”고 말했다.14일 같은 장소를 통해 미국으로 출국한 김혜성은 “(정후의 말을 듣고) 3초간 웃었다. 대단한 분과 비유를 해줘서 고맙다”며 “정후가 작년에는 아쉬운 부상이 있었지만 올해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키움에서 7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두 선수는 이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대표 라이벌인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대결한다.
포스팅(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미국에 도전한 김혜성이 다저스행을 결정하는 데도 이정후의 조언이 큰 영향을 줬다. 김혜성은 “정후에게 (각 팀의) 선수층이나 현지 생활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정후가 너무 잘 알려줘 팀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김혜성은 “이전까지는 (수비를 할 때) 정후가 타석에 들어서는 건 청백전밖에 없었다. 이제부터는 정후의 타구를 다 잡아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루 전 이정후는 “혜성이와 같은 팀에서 경기하며 좋은 기억만 있는데 미국에서 같이 뛰게 돼 기쁘고 신기하다”고 말했다.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두 팀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13차례 맞붙는다.
신인 김혜성의 제1과제는 주전 경쟁이다.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28)가 신시내티로 이적했지만 아직 주전 자리가 보장된 건 아니다. 김혜성은 “첫 번째 목표는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 데뷔하는 것이다. 잘 준비해 팀에서 원하는 역할을 소화해 내겠다”고 말했다. 4일 다저스와 계약한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선 김혜성은 “포스팅 신청 후 가장 먼저 연락을 준 팀이 다저스였다. 어릴 적부터 TV로 보던 팀에서 데뷔한다는 게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팀 동료가 된 오타니 쇼헤이(31)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오타니가 먼저 ‘안녕하세요 혜성 씨’라고 한국어로 인사해 줘서 나도 일본어 인사말을 배워 대화했다”고 소개했다. 김혜성은 다저스에서 등번호 6번을 단다.지난 시즌 어깨 수술 후 복귀하는 이정후는 경기력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귀국 뒤 구단에서 파견한 트레이너와 함께 재활프로그램에 맞춰 복귀를 준비해 온 이정후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지금 몸 상태는 100%”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뛰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팀이 좋은 순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혜성은 다저스 스프링캠프가 있는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로 들어간다. 이정후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훈련 중인 키움 선수들과 함께 컨디션을 끌어올리다 이달 말 팀에 합류한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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