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對野) 공세 수위 높이는 與
지도부 “모두 당론 따르라” 강조
내부 결속 과정서 탈당 요구까지
초선과 비례대표에 집중된 ‘화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하자 국민의힘 안팎에서 위기감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야권을 향한 ‘강경 대응’ 기조가 형성된 가운데 그 부작용으로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은 1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과 이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 진영이 정말 너무 과속하는 것 같다”며 “그 이유는 단 하나이지 않은가. 빨리 대선을 치러야 하는 그 한 분이 계신 것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조 의원은 이어 “이 대표가 등장하기 전에는 민주당이 정말 108번뇌, 뭐 이래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정당이었다”며 “지금의 거의 조폭정당이다. 대표가 이래라 그러면 모두 다 따른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민주적인 정당이 됐다”는 게 그의 정국 평가다.
여권 인사들은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러워지기 전에도 민주당과 이 대표를 겨냥해 꾸준히 날을 세워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최근 그에 따른 반발심리가 더 확대된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유권자 1004명에게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지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압도적인 1위(32%)를 기록했다. 단일 여론조사 결과만 보고 정국을 명확히 진단하기는 어려우나, 이같은 동향을 여권에서도 십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연일 대야(對野) 공세에 나서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자 ‘충성 경쟁’이 다소 과열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도부의 결정과 당론을 절대적으로 따를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반윤계(反윤석열계) 등 일부 의원들을 향한 압박 수위도 세졌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경우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표결에 찬성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에게 지난 8일 탈당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는 “‘당론과 함께하기 어려우면 같은 당을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탈당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라’고 권유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던 김 의원은 탈당 의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최근 매경닷컴과 인터뷰에서 “제가 탈당하는 순간에 국민의힘을 변화시킬 기회는 잃어버린다”며 “당이 정통 보수의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어진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권 원내대표는 또 비례대표인 김예지 의원을 향해서도 ‘당론을 따르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나 특검법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고수해온 중진 안철수·조경태 의원을 향해서는 탈당 요구 등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데서다. 천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권 원내대표를 두고 “강자에겐 아무런 말도 못한다”고 질타했다.
6선인 조 의원 역시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당을 권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쓴소리 했다. 조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이 어느 쪽에 더 손을 들어줄 것인지 저잣거리에 나가 한번 물어봤으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다 입법 기관이다. 어떤 특정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있나? 무슨 권한으로 하는가”라며 “원내대표라 해서 무소불위의 권한과 권력을 행사한다는 그런 조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6.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