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돈 쓰는 일도 쉽지 않다. 국가마다 주요 결제 방식이 다르고 신용카드가 통하지 않는 곳도 있다. 환전도 번거롭다. 반면 한국은 결제가 편한 국가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앱만 있으면 다양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오렌지스퀘어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 고민을 해결해주는 기업이다.
이장백 오렌지스퀘어 대표(사진)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최초의 외국인 대상 올인원(결제·환전·교통카드) 선불카드 ‘와우패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뾰족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오렌지스퀘어가 2022년 출시한 와우패스는 공항, 지하철역, 호텔 등 주요 외국인 관광객 방문 장소에 설치된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 국내에서 각종 결제가 가능한 선불충전카드를 발급하는 서비스다. 16종의 외국 통화를 지원한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외국인이 키오스크에 여권을 갖다 대고 외환을 입금하면 입금액이 담긴 선불충전카드가 나온다. 티머니와 협업해 국내 대중교통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와우패스 모바일 앱으로도 선불카드를 충전할 수 있다.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은 와우패스 키오스크에서 남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한국에 외국인 친구가 왔을 때 관광 안내를 하면서 환전과 결제의 불편함을 크게 느꼈고 홍콩 유학 시절 현지에서 사용한 옥토퍼스카드에서 사업 아이템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오렌지스퀘어는 와우패스 출시 후 마케팅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출시 후 1년6개월 정도는 키오스크 확대에 집중했는데 SNS 등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대상 선불충전카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이고, 그런 서비스는 와우패스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와우패스의 누적 충전액은 지난 7월 4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충전액만 보면 1년 전보다 90% 정도 늘었다. 올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영향이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771만여 명으로 1년 전보다 73.8% 증가했다. 와우패스의 누적 결제 건수는 1600건을 넘어섰다. 카드 발급자는 130만여 명이다. 이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의 10% 정도가 와우패스를 발급했고 일본인 기준으로는 25% 정도가 와우패스 고객”이라고 말했다.
오렌지스퀘어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계속 찾고 있다.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상반기엔 더치페이 기능을 추가했다. 와우패스 앱에서 제공하는 QR코드 등을 활용해 원화 잔액으로 더치페이를 돕는 기능이다. 지난달 더치페이 기능 이용 건수는 출시 4개월 만에 50만 건을 넘어섰다. 올리브영 등 외국인이 선호하는 쇼핑 장소 관련 모바일 상품도 판매 중이다. 소비자는 2~5% 정도의 캐시백 혜택을 받는다. 오렌지스퀘어 고객사는 매출 확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 대표는 “음식 배달 앱 사용, 택시 호출, 맛집 예약 등을 위해선 각종 인증이 여전히 필요하다”며 “외국인 관광객도 이런 서비스를 한국인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하고 와우패스를 한국에서 외국인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슈퍼 앱’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