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윤형근·안은미 한자리에…'코스모 아시아 피플' 광주 ACC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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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작가의 연역적 오브제. 이해원 기자

김수자 작가의 연역적 오브제. 이해원 기자

전남 광주 옛 도청 옆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복합전시장. 로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김수자 작가의 '연역적 오브제'다. 오방색의 천 조각을 엮어 만든 설치 작업은 건물 엘리베이터 내부까지 스며들 듯 이어져 있다. 관람객은 오방색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시장으로 이동한다. 아시아의 역사와 감각, 인간 이후의 공동체를 상상하는 거대한 전시 <코스모 아시아 피플>로 자연스레 발걸음이 닿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오는 8월 23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2026 ACC 주제기획전-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이하 코스모 아시아 피플)를 연다.

전시는 기후 위기와 전쟁,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 등 거대한 전환기를 맞아 아시아의 시선으로 인간과 공동체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는 '코스모(Cosmo)', '아시아(Asia)', '피플(People)'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와 우주를 함께 바라보는 행성적 시각, 서구 중심 질서와 다른 아시아의 역사와 감각, 기존 공동체에서 배제돼 온 존재들과의 공존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도다.

이응노 <무희> 1977년 작. ACC 제공

이응노 <무희> 1977년 작. ACC 제공
전시장 입구에서는 이응노 화백의 1970년대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먹으로 그려낸 인간 군상은 단순한 형상을 넘어 우주적 생명체처럼 꿈틀거린다. 이어 싱가포르 난양 화풍 회화부터 몽골·태국·인도·대만 작가들의 설치와 영상 작업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의 작품들이 하나의 거대한 우주처럼 이어진다.

특히 현대무용가로 잘 알려진 안은미의 설치미술 작업도 눈길을 끈다. 무대 위 강렬한 색채와 신체 언어로 세계적 주목을 받아온 그는 최근 국제 미술계와 퍼포먼스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공동체와 개별 존재의 경계를 질문하는 작업 '동방곡곡차이사이밥상'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에는 ACC가 소장하고 있던 아시아 7개국의 62점의 유물이 활용됐다.

안은미 2026년작, <동방곡곡차이사이밥상>. 이해원 기자

안은미 2026년작, <동방곡곡차이사이밥상>. 이해원 기자
전시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몽골, 인도, 태국,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9개국 31인(팀)이 참여해 총 102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회화와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행성 시대의 인간’이라는 질문을 풀어낸다.

전시 중반부에 놓인 윤형근의 'Burnt Umber(다색)'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증언하는 이 작품은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서로를 지탱하는 기둥의 형상을 통해 당시의 아픔과 연대의 힘을 동시에 드러낸다.

조선 후기 우주관의 변화를 담은 보물 '신·구법천문도' 역시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축이다.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고 공존했던 시대의 흔적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다성적 현실을 되묻게 만든다. 전시 마지막에는 아시아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행성 시대 피플' 캠페인 포스터 프로젝트도 이어진다.

박찬경 비디오 작품 <시민의 숲> 2016년 작. ACC 제공

박찬경 비디오 작품 <시민의 숲> 2016년 작. ACC 제공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오는 8월에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 지정학에서 행성성으로'를 주제로 인문학 대담이 열린다. 김항, 고이치로 고쿠분, 사이토 고헤이, 이택광 등 국내외 인문학자 11인이 참여해 오늘날의 아시아와 피플의 의미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프로그램 일정은 ACC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주=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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