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배재고 선수 생명 빼앗은 중징계는 ‘공정’했나

1 day ago 7

비어 있는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야구장. 뉴스1

비어 있는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야구장. 뉴스1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고교 야구 경기 도중 5·18민주화운동 관련 부적절 구호를 외쳐 6개월 출전정지 중징계를 받은 배재고에 대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재심이 20일 열린다. 이 사태가 불러온 파장이 컸던 만큼이나 그 징계 과정 및 징계 수위의 적절성을 어느 때보다 공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번 징계는 사실상 선수 생명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페어플레이가 핵심인 스포츠 현장에서 혐오와 조롱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징계 절차와 수위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첫째, 이 징계를 내린 고교야구 관리 단체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징계 절차는 공정했는가. 공정위가 징계를 내린 근거는 ‘심판불복종 경기방해’라는 조항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심판에 불복하여 경기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 배재고 사태는 심판불복종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정위가 이 조항에서 ‘경기 방해’라는 부분만 자의적으로 떼어 적용했다는 비판이 있다. 조항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불명확한 징계 근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둘째, 이 사태를 일으킨 선수들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진위 파악과 그에 대한 반론이 충분히 이루어졌는가. 이번 징계는 학생들에 대한 세밀한 면담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징계를 내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또한 반론과 그에 대한 반박 증거를 통해 왜곡된 부분은 바로잡고 숨겨진 부분은 더 드러내서 진위를 투명하게 밝히고 입체적 사실이 규명되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해야만 징계는 형평을 잃지 않고 당위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 공정위의 징계 근거는 불분명하고 진위 파악 및 반론 보장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졸속 징계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있다.

이번 일이 벌어진 곳은 고교야구 대회다. 선수 대부분이 아직 법적 성년의 나이에 이르지 않은 학생들로 이루어진 팀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교육적 차원의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와 공권력, 특히 여론을 등에 업은 사회가 개인의 자유에 대해 얼마만큼 개입할 수 있는가를 논한 저서이자 현 자유민주주의 철학의 토대를 이룬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서도 “법으로 정한 성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행동에 대해서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미숙한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보호와 교육을 통해 좀 더 정신적으로 성숙한 상태에서 자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지 않다면 미숙하기 쉬운 어리거나 젊은 싹들은 대거 제거되고 우리의 미래는 회복 탄력성 없이 황폐해질 것이다.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국내에서는 19세 미만이 미성년자다. 고3 중에는 만 19세가 안 된 학생들도 있다. 이번 일을 둘러싸고 절차의 공정함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서둘러 어린 학생들의 미래만 훼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5·18정신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5·18정신이란 무엇인가. 목숨 바쳐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던 정신 아닌가. 민주주의란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개인의 자유, 다원성, 공정으로서의 정의, 인간의 가치를 지키고 꽃피우기 위한 것 아닌가. 그 정신이 지닌 숭고함을 기리는 것과 별개로 그것에 대한 어떤 비판이나 언급도 허락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민주주의 핵심은 자기비판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의 존중에 있다. 이 세상의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자신의 철학이나 신념이 무결점의 완벽함을 지녔다고 주장할 순 없으며 종교개혁 과정에서, 혹은 물리학의 발전 과정에서조차 드러났듯, 자유 토론과 비판적 검증을 통해야만 진리에 대한 좀 더 높은 차원의 확실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밀은 주장했다. 이는 어떤 것의 순수한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 우리가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비판과 검증을 통한 나아감이야말로 역사가 증명했듯, 사회의 불완전한 점을 딛고 나아가게 하는 민주주의의 동력이다. 배재고 학생들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5·18을 둘러싸고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관련된 모든 일 속에서 비판과 객관적 검증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하물며 그와 연관된 징계에서는 공정함이 더욱 엄정해야 한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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