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시간은 길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길어야 5년 정도로 예상합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 USA)'에서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에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라면서도 이같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날 코트라(KOTRA)와 함께 약 169평 규모의 한국관을 운영했다. 약 51개 기업들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매해 바이오 USA를 거듭할때마다 국내 참관 기업들 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론'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특히 국내 바이오 기업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중국과 일본의 기업들을 꼽았다. 중국은 특히 신약개발 분야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만 글로벌 기업에 31개의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기술 이전했다. 특히 연구 인력·임상 대상의 규모·임상 속도 등의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글로벌 기업들의 평가라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의 임상 데이터는 믿을 수 없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건 옛말"이라며 "이젠 기술력까지 갖춘 기업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제는 중국의 정치와 산업은 별개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전세계 바이오 밸류체인에서도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일본도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CDMO 기업인 후지필름이나 아사히글래스도 미국과 유럽 내 CDMO 공장을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며 "단일 지역으로 따지면 여전히 국내 CDMO사의 생산 가능 물량이 가장 크지만, 여러 국가로 범위를 넓혀서 본다면 일본도 많이 따라잡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태국이나 인도네이사도 투자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들이 성장하면 국내 기업들이 지금처럼 단순한 파이프라인 수출로 주목받기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상태"라며 "그러나 신약 생태계를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후보물질을 글로벌 기업에 라이센스 아웃하는 것보다도, 세노바메이트(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나 렉라자(유한양행 폐암 항암제 신약)처럼 자체적으로도 블록버스터 신약을 낼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네거티브 규제 도입'에 대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에도 유전자 분석이나 임상 단계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데 여러가지 규제가 많아 품질이 높은 임상 데이터를 얻는 게 어려울 때가 많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기업들 스스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