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김국배 이수빈 기자]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이사를 계획하던 40대 가장 A씨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한숨부터 쉬었다. 앞으로 대출한도가 더 줄어드는 탓에 이사를 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수도권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집을 매각해야 하는데 6개월 내 매매가 확실하다는 보장이 없어 고민이 깊어졌다. A씨는 “대출 규제인지, 주택가격 규제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설정해 과도한 대출을 막고, 실수요가 아닌 경우 대출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 아파트 모습.(사진=연합뉴스)
28일부터 적용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은 △주담대 최대 6억원 △다주택자 수도권 내 추가 주택 구입 시 대출 금지 △주택 담보 인정 비율(LTV) 축소(80%→70%) △수도권 내 전세 대출 보증 비율 축소(90%→80%) △금융권 하반기 대출 목표 50% 축소 등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역별 대출 동향 등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 필요 시 규제 지역 LTV 추가 강화, 전세대출·정책대출 등 DSR 적용 대상 확대,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 등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정부의 발표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총액과 총량을 모두 제한하면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모두 좁아졌다는 평가다. 이번 조치로 1·2금융권에 차등을 뒀던 DSR 비율도 활용하기가 어려워졌다. 1금융권은 DSR 40%, 2금융권은 DSR 50%를 적용하고 있어 그동안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뒤 부족한 자금을 2금융권에서 충당했다. 하지만 6억원까지만 대출을 허용하면서 규제 차이가 무의미해졌다. 한도가 없었던 신용대출도 연 소득 이내의 최대 2배로 제한하면서 대출한도를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정책대출 공급을 25% 축소하는 방안 역시 실수요자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정책금융이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여기에 내달 1일부터는 스트레스 DSR 3단계도 시행된다.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1.5% 적용해 대출한도가 감소한다. 연봉 1억원을 받는 직장인의 경우 최대 3400만원의 한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3단계에서는 2금융권의 신용대출, 카드론 등도 포함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실수요가 아닌 대출에 대해 억제하겠다는 것이 취지였으나,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지 못한 서민들과 실수요자 등은 아파트 구입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