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청약시장 양극화
강남3구 올해 1400가구 분양
40만건 청약...경쟁률 279대 1
지방은 6만가구에 38만 건
올해 부동산 청약시장이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일반청약 기준 역대 최고인 40만건에 육박하는 청약 건수가 몰리며 평균 청약 경쟁률 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지방 청약시장 경쟁률은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지방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청약시장 양극화 현상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11일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올해(지난 5일 기준) 강남 3구에는 일반공급으로 총 1409가구가 분양됐다. 이에 대한 1순위 청약 건수는 총 39만4137건으로 평균 청약 경쟁률 279.73대1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과 1순위 청약자 수 모두 부동산R114가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반면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청약 경쟁률은 6.29대1로 2013년(2.11대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6만295가구가 공급된 지방 일반분양에 참가한 1순위 청약 건수는 37만9168건으로 이 역시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이러한 극명한 대비는 청약시장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강남권에서는 이른바 ‘로또 청약’ 단지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청약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당첨되면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로 주목받았던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일반공급 178가구 모집에 10만명 가까이 접수하며 단순 평균 경쟁률 527대1을 기록했다.
이어 8월에는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가 71가구 모집에 2만8000여 명이 몰리며 402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역시 시세보다 5억원가량 낮은 분양가로 책정돼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1순위 청약에서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도 등장했다. 지난 10월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일반공급 37가구 모집에 3만7946건의 청약 통장이 몰리며 서울 분양 역사상 최고 기록인 1025대1의 경쟁률을 달성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로 정국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에도 서울 주요 지역 청약시장 열기는 식지 않는 분위기다.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지난 10일 1순위 청약에 3만5000명 가까이 몰려들며 482대1이 넘는 경쟁을 보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방 청약시장에서는 미달이 속출했다. 상황이 특히 심각한 곳들도 있었다. 강원도 인제군의 한 아파트는 120가구를 공급했지만 단 한 명의 청약자도 나타나지 않았고, 충남 공주시의 한 신규 분양 단지 역시 44가구 모집에 참여한 청약자가 전무했다.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도 양주시의 한 대단지는 924가구라는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35명만이 청약에 참여해 0.04대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8307가구로 2020년 7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202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강남 3구에 분양이 예정된 ‘래미안 원페를라’ ‘아크로 드 서초’ ‘잠실르엘’ 등 인기 단지들은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지방 청약시장의 회복은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서초구에서 청약이 진행된 방배 아크로 리츠카운티 역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보면 강남 3구의 청약 열기는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내년에는 서울 주요 지역 청약 공급 물량이 올해보다 줄어들 예정이라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