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통과 선박 다 불태울 것”…현실화땐 원유시장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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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의 핵심 운송 경로로 세계 경제의 ‘에너지 동맥’으로도 통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의 ‘정부 위의 정부’로 통하는 군사조직 혁명수비대가 2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closed)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이 있다면 혁명수비대와 정규 해군이 모두 불태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경제매체인 CNBC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blockade)를 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은 과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실제 완전 봉쇄를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과 이로 인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등 이전과는 다른 충격을 겪고 있어 실제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호르무즈 해협,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 21% 차지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으로는 이란, 남쪽으로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이 접해 있다. 길이는 약 161km, 가장 좁은 곳은 폭이 34km에 불과하다. 암초가 많고, 수심도 얕은 편이라 실제 양방향 선박 통행로의 폭은 3.2km 정도밖에 안 된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대표적인 에너지 유통 병목 지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을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등에서 생산되는 원유 약 2100만 배럴이 매일 이 해협을 지난다. 전 세계 원유와 LNG 해상 수송량을 따져 보면 전체의 약 21%가 이 해협을 통과해 세계 각지로 전달된다.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와 LNG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향하는 핵심 해상 운송로인 것이다.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는 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선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로 통한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브렌트유 가격이 120~13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해협 실질적 봉쇄 방법…미사일 드론 기뢰 등 거론

바다이기 때문에 구조물을 이용해 선박이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대신, 미사일과 드론으로 유조선을 공격하고, 선박을 침몰시켜 항로를 이동할 수 없게 막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란은 과거에도 자체 개발한 ‘샤헤드 드론’을 통해 선박들을 위협한 적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은 단 한 척의 군함을 출항시키지 않고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안선에 위치한 군사기지를 활용해 이란이 다양한 공격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정규 해군은 고속 순찰정을 이용한 선박 운행 방해와 나포 등도 진행할 수 있다.

선박이 다니는 통로도 상대적으로 수심이 얕고, 파도도 거칠지 않은 편이라 해상 기뢰를 설치해 위협을 가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6월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서 자국 해군 함정에 해상 기뢰를 적재하는 모습이 확인돼 해협 봉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해협 봉쇄가 쉽지 않은 현실적 이유…“경제적 자살 행위”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은 2023년 기준 석유수출국기구(OPEC) 4위 원유, 세계 3위 건성 천연가스(dry natural gas) 생산국이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은 이란 총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생명줄과 다름없다. 이 때문에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경제적 자살 행위’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이 가장 의존하는 중국의 피해도 이란 입장에선 딜레마로 꼽힌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이란 원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구매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이 해협을 실제 봉쇄한다면 가장 먼저 분노할 주체는 중국 정부”라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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