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봉쇄 풀겠다 제안…루비오는 '숨은 조건' 경계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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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8 06:43 수정2026.04.28 07:22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 호르무즈 해협을 쥐고 있는 이란의 손을 표현한 그림이 걸려 있다. /웨스트아시아통신사,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 호르무즈 해협을 쥐고 있는 이란의 손을 표현한 그림이 걸려 있다. /웨스트아시아통신사,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역내 중재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공격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주부터 파키스탄-오만-러시아 등을 방문 중인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역 내 중재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공격 중단을 대가로 전쟁을 전면적으로 종식하자는 안을 공유했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지난 26일 새 제안을 공유하면서 이란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해제하고, 핵 협상을 연기하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25일과 26일 각각 서로 다른 내용의 제안을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전했다. 지난 25일에 파키스탄에 전달한 제안서에는 우라늄 농축을 5년간 중단하고, 이후 5년 동안은 실험실 수준의 초 저수준 민간용 농축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NYT는 밝혔다. 또 이란이 비축분을 희석해서 절반은 국제 사찰단의 감시 하에 자국 내에 보관하고, 나머지 절반은 동맹국인 러시아에 넘기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이란 측 제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던 것은 이 제안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이 26일 제안한 내용에 '핵 협상 연기'가 담긴 것은, 아예 어려운 쟁점을 '나중에 얘기하자'고 한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이란담당 국장은 "이는 체면을 살리면서 협상 순서를 조정한 전략적 변화"라고 NYT에 말했다. 그는 이것이 "공식적인 협상이 아닌 '전쟁 종식 절차'의 일환으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최우선에 두고 봉쇄를 해제함으로써, 협상 초기 단계에서 전체 과정이 좌초되지 않도록 어려운 쟁점들은 뒤로 미루자는 구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의 26일 제안에 대해 미국의 입장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팀과 함께 이 제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올리비아 웨일스 백악관 대변인은 NYT에 "이번 사안은 민감한 외교적 논의 과정에 있으며 미국은 언론을 통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관건은 이란이 말하는 해협 개방의 조건이다. 아무런 대가 없는 개방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한 마코 루비오 장관은 회담 결렬 후 이란 측이 해협 재개를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미국이 이란으로 하여금 어떤 선박이 이 수로를 통과할 수 있는지 결정하게 하거나, 선박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만약 그들이 말하는 '해협 개방'의 의미가 '좋다, 해협은 열려 있다. 단 이란과 사전 조율하고 우리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파해 버릴 것이며, 통행료도 지불해야 한다'는 식이라면, 이는 결코 해협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이란이 국제 수로를 누가 이용할지, 그리고 이용 대가로 얼마를 지불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체제를 정상화할 수는 없으며, 우리 또한 그들이 그러한 체제를 정상화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다만 이란이 "현재 처한 난국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는 진지하다"고 평가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의 물가 상승이 심각해졌고 가뭄이 지속되고 있으며, 급여를 지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 지도부의 분열이 합의 도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면서 "국가와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강경파가 있는 반면, 신학적 이념에만 전적으로 매몰되어 움직이는 강경파도 존재한다"고 했다.

알자지라방송은 이란의 종전 제안이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직 미국 고위 관료 인터뷰를 내보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주 알제리 미국 대사를 지낸 전직 미 외교관 헨리 엔셔는 핵 문제는 향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해결하기가 더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엔셔는 "결국에는 그런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핵 협상은 별도의 시간표에 맞춰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더 신속한 해결책을 도출하기에 더 적합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런 조건 없이 호르무즈 무역로를 재개방할 경우에도 이것이 "이란에게 있어 전략적 승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마이크 월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다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세계의 핵심 해상 통로는 협상의 도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뜻을 같이 하는 나라들이 "해양 자유를 위한 연합"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또 WSJ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제재 대상인 이란 항공사들과 거래하는 행위는 미국의 제재에 노출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은 "각국 정부는 자국 관할권 내 기업들이 해당 항공기들에 대해 제트 연료 공급, 기내식 제공, 착륙료 징수, 정비 등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란 국영 TV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란 테헤란에서 튀르키예, 오만, 사우디아라비아행 항공편이 이륙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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