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손가락만으로 콩쿠르에서 다시 우승했을 때 마치 새 삶을 얻은 것 같았어요.”
3일 만난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동휘(27·사진)는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스트엔드 국제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동시에 거머쥔 순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18년 특정 부위의 근육 수축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희귀성 신경질환인 ‘국소성 이긴장증’ 진단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거둔 우승이다. 본선에서 마누엘 폰세의 ‘가단조 모음곡’ 중 ‘지그’와 알렉상드르 탄스만의 ‘카바티나’를 연주하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는 “검지 손가락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레미파솔라시도’조차 온전히 치지 못한다”며 “그럼에도 진심을 담으면 통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기타 신동’서 ‘절망의 나락’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낡은 통기타를 만지며 기타와 첫 인연을 맺은 그는 학창 시절 국내외 주요 콩쿠르에서 27차례 우승하는 등 ‘기타 신동’으로 불렸다. 하루 10시간씩 기타에 매달릴 만큼 ‘노력하는 천재’로 통했다. 아버지가 임종하는 순간에도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였다.
201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에 진학한 그는 유럽 유학을 준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바로 그때 하루아침에 찾아온 병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연주회를 준비하던 어느 날 갑자기 오른손 검지가 말을 듣지 않는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것. 검지가 기타 줄에 닿는 순간 비정상적으로 말려 들어가 도저히 연주를 지속할 수 없었다.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현대 의학기술로는 고칠 수 없는 희귀질환이라는 의사의 설명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기타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검지를 쓸 수 없으니 기존 테크닉의 70~80%를 고스란히 포기해야 했다. 그는 “처음엔 거의 폐인처럼 살다시피 했다”며 “그러다 생계를 위해 음식 배달을 비롯한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더 깊어진 음악에 대한 열정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검지를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됐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한다’고 ‘세 손가락’ 연주법을 익혔다. 음악의 깊이를 더하는 데도 집중했다. 독학으로 작곡과 컴퓨터 편곡을 공부했다. 영화계와 인연이 닿아 장·단편을 포함해 20여 편의 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힙합, 펑크, 디스코, 소울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들었고 취미로 디제잉도 배웠다. 음악 제작에 참여한 영화 ‘증후군’이 2023년 칸 영화제에 초청되는 기쁨도 누렸다. 그는 “클래식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사운드와 리듬, 감정 표현 방식을 배우는 것이 새로운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부산에서 첫 복귀 연주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해 서울에서도 성공리에 공연을 마쳤다. 오는 8월과 9월 각각 부산과 서울에서 독주회를 연다. 남미 음악을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낭만과 그리움, 애환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삶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최진영 기자

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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