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배의 AI 레볼루션] AI 문해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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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우리 글의 단어 뜻이나 문맥의 의미를 몰라서 벌어지는 촌극이 자주 회자된다. 예를 들면 금일은 오늘인데 금요일로, 시발점은 어떤 일의 시작과 출발점인데 욕으로, 사흘은 3일인데 4일로, 우천시는 비가 올 경우인데 어느 도시냐고 묻는 것 등이다. 단어나 문장은 잘 사용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고, 축약된 단어들도 많을 뿐 아니라 우리 글은 한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자를 배우지 않아서 그 의미를 명확히 인식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최근 한 단체가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보면 우리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는 응답이 무려 91.8%에 이른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이나 문자를 알고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 이를 통해 개인·사회적으로 학습을 하고 일을 하는 능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더욱이 단어 뜻을 몰랐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더 이상 알아 보려고 하지 않거나 알아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AI 도구들은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 한글 문해력이 낮아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처럼 기업 내부에서 디지털이나 AI에 대한 문해력이 낮다면 어떻게 될까?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AI 문해력(AI Literacy)'이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AI는 음성 인식, 자동화된 시스템, 고객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업무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등장은 기획, 마케팅, 법률, 콘텐츠 제작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지능 지수(IQ), 감성 지수(EQ)에 이어 AI의 역량 수준 지수로 AI 지수(AQ)가 등장할 것도 같다.

기업이 AI 문해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은 AI 도구를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물론 생산성 향상을 극대화하고 더 나아가 새 비즈니스 모델을 신속히 만드는 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AI 도구는 도입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AI 문해력은 단순히 AI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을 넘어, AI 기술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필수적인 역량이다.

AI와 빅데이터로 의사결정을 내리고자 하지만, 사내 데이터 부족과 외부 데이터 신뢰 한계로 인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기업이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현장 데이터가 정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쓰레기 데이터(Garbage data)'가 많고, 이를 분석하고 활용할 AI 전문가도 부족하다. 따라서 AI 도구를 도입하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기업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AI 문해력이 부족한 기업은 데이터와 AI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결국 부정확하게 사용하게 된다.

기업이 AI 문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 임직원 대상 계층별 AI 교육·테스트, 전사적 AI 워크숍으로 실행계획 수립, AI 추진 조직 신설과 강력한 임원급 혁신 조직 구성, 외부 AI 전문가와 협업 강화 등 단계적이고도 지속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 기술이 아니다. AI는 기업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 문해력은 단순한 기술 학습을 넘어, 기업의 필수적인 전략 역량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kb.l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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