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입에서 나온 소리라고?… “비트박스로 그래미 품겠다”

3 days ago 5

음악방송도 점령한 비트박서 ‘윙’
이미 세계적 명성… 유튜브도 달궈
“3위 그쳤던 GBB, 올해는 꼭 우승… 돈 안드는 취미, 한번 해 보세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리엠아트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비트박스 챔피언십’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비트박서 윙. 그는 “훗날 역사에 남는 비트박서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일뮤직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리엠아트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비트박스 챔피언십’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비트박서 윙. 그는 “훗날 역사에 남는 비트박서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일뮤직 제공
“한국 음악방송 최초로 따라 부를 수 없는 곡.”

15일 방영된 한 지상파 음악방송의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이날 방송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비트박서(Beatboxer)’ 윙(본명 김건호·28)이 출연해 자작곡 ‘도파민(Dopamine)’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기대만큼 무대는 독특했다. 화려한 반주도 무대를 채우는 댄서도 없었지만, 그의 ‘입’은 무대를 꽉 채웠다. 선명한 베이스, 드럼, 날카로운 기계음은 립싱크(녹음을 틀고 입만 맞추는 것)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 멋져서 따라 하다 세계적 뮤지션으로

잘 만든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방불케 하는 음악에 반응은 뜨거웠다. “마이크만 있어도 되는 무대” “방송 나와서 못하는 소리가 없네” 등 재치있는 댓글들이 잇따랐다. 유튜브 조회수도 26일 기준 176만 회로 같은 날 출연한 가수 중 가장 높았다.

2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윙은 “조금씩 국내에서도 인기를 실감 중”이라며 쑥스러워했다. 무대에서 선보인 현란한 사운드와 달리 평상시 목소리는 무척 맑고 밝았다.

“저를 좋아해 주시는 주변 분들이 더 기뻐해 주시니까 좋긴 하더라고요. 요샌 인스타 DM(다이렉트 메시지) 확인하는 게 재밌고 행복해요.”

비트박스는 입의 구강 구조와 호흡기 등의 진동과 마찰을 이용해 만든 음으로 연주하는 기법. 국내에선 2004년 래퍼 후니훈이 한 광고에서 “비트박스에 필요한 건 ‘북치기 박치기’”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유명해졌다. 하지만 힙합과 EDM 등에 밀려 대중적 인기를 끌진 못했다. 윙은 “사촌형이 비트박스를 하는 모습이 멋져 보여 이 길을 걷게 됐다”고 했다. 실은 그는 이미 세계에서 손꼽히는 비트박서다. 고교 1학년이던 2013년 국내 대회에 처음 출전한 뒤 2018년 아시아 비트박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23년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트박스 대회 ‘그랜드 비트박스 배틀(Grand Beatbox Battle·GBB)’ 솔로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방송에서 선보인 곡 ‘도파민’도 세계대회 우승을 목표로 만든 곡이다.

“2년 전부터 GBB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계속 못 하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야식이나 쇼츠처럼 주변의 ‘쉬운 도파민’을 제거하고, 노력해서 성취하는 ‘어려운 도파민’을 떠올리면서 소리를 만들었어요.”

● “비트박스로 그래미 받고 싶어”

‘멋져 보여서’ 시작했다지만, 비트박스를 프로로 이어간 원동력은 뭘까.

“지금도 멋있어서요. 제가 걱정을 미리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계속 했어요. 비트박스는 돈도 안 들고, 언제 어디서나 ‘입’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이거든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건강한 취미이기도 해요. 음악적으로 감수성도 풍부해집니다. 너무 어렵게 여기지 말고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윙이 활동 중인 5인조 비트펠라(비트박스+아카펠라) 크루 ‘비트펠라하우스’는 2022년 10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현재 구독자 654만 명을 넘어섰다. 한 멤버가 소리를 냈을 때 똑같이 따라 하지 못하면 벌칙을 받는 ‘TRY THIS(트라이 디스)’ 등의 코너가 인기를 얻었다. 비트박스와 아카펠라로 블랙핑크나 아이브 등의 노래를 부른 ‘K팝 메들리’ 영상도 반응이 뜨거웠다.

윙은 올해 말에 열릴 GBB에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 지금도 연습 도중 인터뷰에 응했다는 그는 야심찬 장기 목표도 갖고 있다.

“베토벤 같은 위대한 음악가가 지금은 없지만 역사엔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역사에 남는 비트박서’가 되고 싶어요. 비트박스로 그래미를 받거나 빌보드 차트에 들어가면 그렇게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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