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위서 시작됐네…사명대사의 역사" [여행]

4 weeks ago 3

역사·전통 뿌리내린 경북 김천에 가다
대한민국 템플스테이의 원조 직지사
임란 영웅 사명대사, 스승과 연 맺어
인근엔 의기 기리는 사명대사공원에
웅장한 평화의탑 화합의 물레방아도
예능 '슈돌' '나는 솔로' 촬영 유명세
MZ 세대 발길 이어지는 명소로 부상

  • 등록 2024-10-04 오전 12:30:00

    수정 2024-10-04 오전 12:30:00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의 무용담을 그린 사명각 외부의 벽화.

[김천(경북)=글·사진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풍요로운 자연, 깊은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경북 김천이 최근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천년고찰 ‘직지사’와 그 인근에 자리한 ‘사명대사공원’이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일부러 찾아가 볼만한 곳’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정통성과 역사’라는 독특한 매력 덕분에 유명인들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김천은, 지역의 관광 활성화 노력이 더해지면서 나날이 새로운 느낌을 전하는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직지사 대웅전 전경

MZ세대에 ‘힙한 여행지’로 뜬 직지사

신라시대(서기 418년)에 창건해 16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직지사’는 고루하고 낡았을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는 사찰이다. 2022년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이곳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후, BTS 팬클럽인 ‘아미’들 사이에서 성지로 떠오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

RM처럼 세계적인 스타가 직지사를 선택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직지사는 ‘대한민국 템플스테이 1호’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주한 외교관과 그 가족들을 초청하면서 한국의 템플스테이가 시작됐다. 현재 전국적으로 150여 개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지만, ‘원조’를 경험하고 싶다면 직지사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직지사 주변에는 등산복을 입고 오가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띈다. 주위를 보면 사찰을 품은 높은 산이 보이는데, 소백산맥의 중앙에 자리한 ‘황악산’이다. 동행하던 김영박 문화관광해설사가 경내를 안내하며 구수한 입담을 풀어놓았다.

“직지사를 품은 황악산은 최고 높이가 1111m인데 1이 4개가 들어가서 ‘일사천리’ 산으로도 불립니다. 정상을 밟으면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잘 풀린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등산객이 끊이지 않죠.”

직지사와 황악산 풍경

해마다 가을이면 단풍 명소로 변신

일주문과 대양문을 지나 세 번째로 나타난 천왕문 앞에는 평평한 바위 하나가 놓여 있다. 김 해설사는 특별할 것 없는 돌 앞에서 사명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직지사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을 지낸 호국영웅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입니다. 바로 이 돌이 사명대사와 스승 신묵화상이 처음 만난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죠. ”

조선 명종 때 직지사의 주지였던 신묵 스님은 어느 날 참선하던 중 천왕문 옆에 서 있는 은행나무를 황룡이 휘감고 있는 환영을 봤다. 기이하게 여겨 밖으로 나가 보니, 천왕문 앞 돌 위에서 한 소년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신묵 스님은 소년이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예감하고 제자로 받아들였는데, 그가 바로 사명대사다.

사명대사의 영정

출가한 사명대사는 직지사에서 수행을 시작했고 31세에 주지가 됐다. 49세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승병을 모은 사명대사는 7년의 왜란 동안 평양성 전투와 한양(서울) 탈환 작전 등에서 큰 공적을 쌓았고, 전쟁 후에는 강화 사절단에 합류해 일본에 잡혀간 3000여 명의 동포를 데리고 조선으로 귀환하기도 했다. 사명대사는 전쟁 중 적장 가토 기요마사와의 담판 과정에서 “조선의 보배가 무엇이냐”라고 물은 가토에게 “그대의 목이 우리의 보배”라고 답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직지사에는 사명대사의 깊은 관계를 보여주듯 대사의 초상을 봉안한 ‘사명각’이 있다. 전각 외벽에는 사명대사의 다양한 영웅담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어 그의 애국심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해마다 가을이면 직지사는 단풍 명소로 바뀐다. 대웅전에서 비로전으로 가는 길에 늘어선 단풍나무는 유난히 강렬한 붉은빛을 띠는 것으로 유명해 가을의 절정을 보여주는 김천의 대표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사명대사공원을 알리는 간판

셀럽과 미디어가 주목한 사명대사공원

2020년 개장한 직지사 인근의 ‘사명대사공원’은 최근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과 축제의 주요 무대로 떠오른 곳이다. 직지사와 황악산을 잇는 사명대사공원 내부에는 평화의 탑, 김천시립박물관, 건강문화원, 솔향다원, 여행자센터 등의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건강문화원에서는 전통 한옥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한옥 스테이가 가능하다. 이곳에는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도경완 아나운서와 그의 아이들이 방문했으며, 최근 ‘나는 솔로’ 출연진들이 머물며 사랑의 전쟁을 펼친 곳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인기가 높아 예약이 어려운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곧 해결될 전망이다.

사명대사공원 내에 있는 높이 41.5m의 평화의 탑

사명대사공원의 카페 솔향다원의 관계자는 “숙박동은 늘 예약이 꽉 차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현재의 3배 규모에 달하는 숙박시설을 건설 중이며 곧 완공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사명대사공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시설은 5층 목탑인 ‘평화의 탑’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이 탑은 높이가 41.5m로 공원 어디에서나 그 웅장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사라져 버린 신라시대의 황룡사 9층 목탑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위용이 가히 인상적이다. 탑 1층에는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고, 평화의 탑 제작 과정과 사명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탑 외관에는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 더 찬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원 내부의 또 다른 명물인 ‘화합의 물레방아’는 높이 11.11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황악산과 평화의 탑과 조화를 이룬 화합의 물레방아는 마치 합성한 듯한 독특한 사진을 연출하는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세계도자기박물관

독특한 디자인의 외관이 돋보이는 ‘세계도자기박물관’도 사명대사공원을 찾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 박물관에선 한국 전통 도자기는 물론 독일, 덴마크, 헝가리, 프랑스 등 세계 각국 1019점의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평소에 보기 어려운 다채로운 자기와 크리스털 작품을 보유한 알찬 구성으로 자녀를 동반한 관광객의 추천 방문지로 통한다.

네이버배너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