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신변 안전 문제를 지렛대 삼아 고위급 안보 협상 중단까지 시사하면서, 쿠팡 사태가 한미 의회 간 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 90명은 주한 미국대사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기로 했다.
박홍배, 김남근 민주당 의원 등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정치권의 개입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 일부 하원의원들이 쿠팡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적 제재를 외교·안보 협력과 연계해 문제를 제기한 것을 부당한 압력으로 규정했다.
논란은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 '공화당 연구위원회(RSC)'소속 의원 54명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쿠팡 등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전달하면서 발발했다. 대럴 아이사 의원도 최근 방미 일정을 소화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쿠팡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 관련 우려를 전했다.
여권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주한 미국대사관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 사법주권 존중, 사법 사안과 외교·안보 협력의 분리, 부당한 압력 중단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오전까지 90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여당 의원들은 RSC 소속 미국 하원의원들이 쿠팡 김범석 의장에 대한 체포 금지 등을 요청한 것을 주권 침해 문제로 보고 있다. 김남근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다수 사건을 심의 중인 상황에서 외국 의회가 압박을 가하는 것은 명백한 내정 간섭"이라고 말했다.
박홍배 의원은 "동맹국 의회가 특정 기업인의 사법 문제에 개입하고 이를 외교, 안보 사안과 연계한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정부가 외교적 부담 속에 있을수록 입법부가 나서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의원도 "대한민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모든 기업은 국적과 관계없이 한국 법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정 기업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성과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권이 쿠팡 사태 관련해 오해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던 이훈기 의원은 "현지 의원들이 쿠팡 측 설명에 의존해 '한국 정부가 차별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사실관계를 설명하자 상당수 의원들이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공감했다"고 전했다.
통상 양국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의회는 중재와 조정에 나서야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양국 의회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양상이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향후 다른 기업 사안에서도 유사한 외교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지키기 위해선 특정 기업과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외교 안보 협상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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