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소개해준다더니"…모텔 '신생아 사망' 친부는 '사기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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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씨가 지난 5월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모텔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씨가 지난 5월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 의정부시의 한 모텔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아이 친부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생모에게 임신중절을 도와주겠다며 돈을 받아낸 정황이 상당 부분 인정됐다는 게 수사당국 판단이다. 생모는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생모 A씨는 지난해 1월께 남성 B씨와 교제하다 헤어졌다. 이후 A씨는 B씨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두 사람은 협의 끝에 임신중절 수술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수술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술비가 마련되지 않거나 수술 예정일에 보호자로 함께 가기로 한 B씨가 나타나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흘렀다. 결국 A씨는 수술이 가능한 임신 24주 차를 넘기게 됐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불법적인 경로로 섭외했다며 한 의사를 소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 의사와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사례비 명목으로 돈도 보냈다. 다만 A씨는 해당 의사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A씨에게 진통이 시작됐다. A씨는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던 의사에게 출산이 임박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의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이 서울 명동에 있다면서도 주소는 알려줄 수 없고 직접 데리러 가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실제 의사는 존재하지 않고 B씨가 의사 행세를 하며 돈을 받아간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의 거주지를 B씨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의정부시의 한 모텔 주소를 알려주고 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의견 진술을 통해 "의사의 정체에 대해서 확신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와 B씨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경우 거주지를 노출하고 싶지 않아 모텔 주소를 알려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의사와 B씨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A씨가 모텔 객실에서 출산한 아기는 물이 차 있던 세면대에 약 12분 동안 방치됐다가 숨졌다. 이후 A씨 측은 B씨에게 속았다고 보고 B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 고소 사건은 처음 경기북부경찰청에 접수됐다. 이후 올해 3월 관할권 문제로 충남경찰청으로 이첩됐다. 경찰은 B씨가 언급한 의사의 실체나 구체적 범행 수법이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임신 기간 A씨를 상대로 의사 알선 등을 명목으로 속여 돈을 받아낸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보고 최근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별도 재판을 받아온 A씨에게는 1심에서 징역 6년이 선고됐다. A씨는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법원은 A씨가 출산 직후 아이가 숨질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119와 의료기관에 신고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살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B씨가 소개한 의사를 모텔에서 만났더라도 제왕절개나 유도분만으로 출산한 뒤 의사를 통해 아이를 살해하거나 유기하려 했을 의도가 있었다고 봤다. 출산 직후 필요한 기저귀나 내의 등을 준비하지 않은 점 등 출산 이후를 대비한 정황이 거의 없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주변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출산하게 되자 사리 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범행에 이르게 된 사정도 참작했다. 아동학대 살해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선고까지 가능하지만 1심 형량은 징역 6년으로 정해졌다.

검찰과 A씨 측은 모두 항소장을 제출했다. 친부 B씨에 대한 사기 혐의 수사가 검찰 단계로 넘어가면서 의정부 모텔 신생아 사망 사건은 생모의 형사 책임과 별개로 임신 기간 친부의 기망 행위가 어디까지 인정될지도 쟁점으로 남게 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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