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개혁회의
진료비 늘수록 보험금도 늘어
판매금지에도 꼼수영업 지속
상품 출시 못하게 규제 강화
다태아 태아보험 문턱 낮춰
무분별한 ‘의료 쇼핑’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지속되면서 금융당국이 상품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당국의 판매 금지 행정지도에도 ‘변칙 판매’가 지속된 비례형 담보 상품은 출시 자체가 금지된다. 세쌍둥이 이상 다태아를 품은 산모의 태아보험 가입도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제5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 판매 채널 현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금융소비자학회 등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사·보험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비례형 담보는 말 그대로 의료비가 높아질수록 한 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늘어나는 상품이다. 3대(암·뇌·심장질환) 주요 치료비와 순환계 치료지원금, 상해·질병 치료지원금 관련 상품이 많다. 이들 상품은 보험 가입자 입장에선 가입한 상품의 연간 한도 내에서는 더 많이 치료할수록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유인이 많다.
금융당국은 최근 이들 상품에 대해 판매를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변칙적인 방법으로 보험 영업이 계속되면서 아예 상품 출시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존 행정지도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효력이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당국 관계자는 “(비례형 담보는) 고액 보험금 수령을 위한 과잉 의료행위를 유발하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 의료 체계 왜곡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례형 담보 출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의 보험상품 심사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당국은 ‘연간 의료비(급여·비급여) 지출 규모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차등 지급하는 상품을 개발·판매하지 않을 것’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시행세칙을 개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세쌍둥이 이상 다태아의 태아보험 가입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현재 다태아 산모는 합병증 등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태아보험 가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보험사들이 가입을 거절하거나 35주 차가 지난 이후에만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당국은 다태아의 태아보험 가입이 쉬워지도록 내년 1월 보험사의 보험 계약 인수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다만 가입 시 보험 사고 위험이 이미 발생한 경우에는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재무 관리를 철저히 하는 보험사에 대해 예금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지난해 새 회계 기준인 IFRS17 도입 이후 해지율 가정 등을 조정해 회계를 부풀리는 보험사가 많았던 만큼, 적정한 계리적 가정을 실시하고 상품 판매 체계를 합리적으로 유지하는 보험사에 인센티브를 주고자 한 것이다. 당국은 이 같은 방향의 예보료 차등보험료율 제도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상품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설명 방식을 간소화·시각화·디지털화·표준화할 방침이다. 보험대리점(GA)의 상품 비교·설명 의무도 강화한다.
고객의 기존 보험이 만기되기 전에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는 부당 승환을 줄이기 위해 환급률과 예정이율 등 항목을 추가해 비교 안내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미지급 보험금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고령자 전용 안내장을 마련하고, 보험사들이 자사 앱에 미지급 보험금 조회·환급 시스템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