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전 SSG 퓨처스 감독. |
임명 24일 만에 과거 이력이 발목을 잡아 물러난 박정태(56) SSG 랜더스 퓨처스(2군) 감독의 사례는, 후배들에게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SSG는 24일 "박정태 퓨처스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박 감독은 구단을 통해 "선임 이후 팬분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으로 복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와 관련된 문제로 팬과 구단에 심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먼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SSG는 박 감독과 관련 사항으로 면담을 진행했고 팬, 선수단, KBO리그 등 다각적인 부분에 대한 고심 끝에 박 감독의 자진사퇴를 수용했다. 구단은 "이번 퓨처스 감독 선임과 관련해 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구단은 KBO리그와 팬분들의 눈높이에 맞는 감독 선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 감독은 지난해 12월 31일 SSG의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됐다. 선수 시절 롯데 자이언츠의 원클럽맨으로 뛰며 최고의 2루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은퇴 후 2005년 미국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타격 및 주루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2년까지 롯데 자이언츠 타격 코치와 퓨처스 감독도 맡았다.
하지만 선임 당시부터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3차례나 음주운전에 적발된 것이 치명타였다. 지난 2018년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고(故) 윤창호 씨 사건 이후 한국 사회에는 '음주운전은 곧 살인'이라는 인식이 각인됐다.
박정태 전 감독이 음주운전 후 버스의 운행을 방해하고 있다. /사진=뉴스1 |
특히 박 감독은 2019년 음주운전을 한 뒤 버스의 운전을 방해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그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까지 이수해야 했다.
박 감독은 이후 유소년 야구 지도에 힘쓰며 반성에 나섰다. SSG 구단은 "박정태 감독이 작년(2023년)과 올해 각각 2군 선수단 교육을 했을 때 실무자와 선수들을 대상으로 교육의 영향력도 체크했다. 그 과정에서 박정태 감독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지난 이슈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그로 인해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여기에 은퇴 후 구단주 보좌역에 임명된 외조카 추신수(43)가 힘을 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이에 SSG는 "추신수 삼촌이라는 이유로 조심스러웠으나 오해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명확한 선임기준과 절차 그리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선임했다"고 주장했다.
임명 후 3주가 넘도록 팬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박 감독은 결국 자진사퇴를 택하게 됐다. SSG 퓨처스팀은 다음달 10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스프링캠프를 실시하는데, SSG는 당장 17일을 남기고 새 사령탑을 구해야 한다.
음주운전 적발 후 오랜 시간 야인으로 지냈지만 주홍글씨를 지우지 못한 박 감독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제 야구 팬들은 음주운전에 절대 관대함을 베풀지 않는다. 응원팀에서 음주운전 사례가 나오면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 비판을 펼친다.
박정태 SSG 퓨처스 감독. /사진=SSG 랜더스 제공 |
한구야구위원회(KBO)도 점차 처벌수위를 높이고 있다. 2003년 처음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 조항을 규약에 삽입한 당시에는 5경기 출전 정지 정도의 징계에 그쳤지만, 이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이면 70경기 출전 정지, 면허취소라면 1년 실격 처분을 자동으로 받게 된다.
하지만 음주운전을 저지르는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LG 트윈스는 7월 말 최승준(37) 보조타격코치, 9월 중순 투수 이상영(25)에 이어 12월 말에는 내야수 김유민(22)이 연달아 음주운전은 저질렀다. 이에 차명석(56) LG 단장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 "팬들께 어떤 비난과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너무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단장으로서 저도 구단에 자체 징계를 내려달라 요구한 상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스타 선수 출신이라도, 음주운전을 저지르면 커리어가 망가진다.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38)는 2016년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자 2020년 한국 복귀 시도 당시 1년 유기실격 징계를 내렸고, 2022년에는 선수계약을 승인하지 않으며 끝내 선수생활을 은퇴해야 했다. 또한 2021년 송우현(전 키움), 2022년 김기환(전 NC), 2023년 배영빈(전 롯데)과 박유연(전 두산) 등은 음주운전 적발 후 구단에서 곧바로 방출을 통보했다.
메이저리거도, 레전드 2루수도 음주운전으로 인해 커리어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다는 건, 결국 음주운전에는 '성역'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프로선수라면 구단의 통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선수들의 인식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
음주운전 단속 현장.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