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만 코인발행·거래소 지분 강제매각…여야 한목소리로 우려한 韓 가상자산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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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만 코인발행·거래소 지분 강제매각…여야 한목소리로 우려한 韓 가상자산 규제

업데이트 : 2026.02.26 14:39 닫기

국회서 열린 디지털자산정책포럼 토론회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위헌·혁신저해’ 도마 위
학계·법조계 “지분 제한, 위헌 소지 다분”
정재욱 변호사 “민간에 공공재 잣대, 혁신 고사”
이종섭 교수 “기관통제 벗어나 기술규제로 전환해야”
최승재 교수 “침해 최소성 원칙 위배”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 공동 주최를 맡은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오른쪽 두 번째)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맨 왼쪽), 임종인 디지털자산정책포럼 대표(왼쪽 두 번째) 등 각계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입법이 산업의 발목을 잡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초당적인 합리적 제도 설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안갑성 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 공동 주최를 맡은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오른쪽 두 번째)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맨 왼쪽), 임종인 디지털자산정책포럼 대표(왼쪽 두 번째) 등 각계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입법이 산업의 발목을 잡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초당적인 합리적 제도 설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안갑성 기자]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의 핵심 쟁점들을 두고 학계와 법조계, 산업계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은행 과반지분(50%+1주) 룰’을 강제하고, 민간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소유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자칫 위헌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디지털자산정책포럼(대표 임종인)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디지털자산 시장의 건전성 제고인가, 혁신을 저해하는 갈라파고스 규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국제적으로 유사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2단계 입법의 방향성을 긴급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 스테이블코인, ‘은행 간판’보다 ‘기술적 신뢰’가 우선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가 지적한 은행 중심 지배구조의 한계. [자료=디지털자산정책포럼]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가 지적한 은행 중심 지배구조의 한계. [자료=디지털자산정책포럼]

첫 발제자로 나선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혁신 관점에서 본 스테이블코인 발행 은행 지분 51%룰’을 주제로 현행 당국의 규제 방향을 직격했다.

이 교수는 “지분 구조가 은행 중심으로 집중된다고 해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과 같은 리스크가 원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관 중심의 지배구조 규제에서 벗어나 ‘신뢰 인프라 규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구체적 대안으로 실시간 준비금 투명성 공개, 자산 구성 규제, 자동 상환 스마트계약 등 5가지 기술 기반 규제 설계를 제시했다.

토론에 참여한 류경은 고려대학교 교수 역시 “발행인의 핵심 요건은 ‘은행이냐 비은행이냐’라는 신분보다는 1대1 준비자산 매칭과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등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는 ‘역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거들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 이종섭 서울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 이종섭 서울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 민간 거래소 지분 제한, “재산권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토론회’에서 최승재 세종대학교 교수가 지적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쟁점에 대한 발표 내용. [자료=디지털자산정책포럼]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토론회’에서 최승재 세종대학교 교수가 지적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쟁점에 대한 발표 내용. [자료=디지털자산정책포럼]

두 번째 핵심 쟁점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서는 법조계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가상자산거래소는 민간의 창의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인데, 공공성을 이유로 사유재산의 핵심인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시도는 헌법 제23조(재산권 보장)와 제37조(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은행의 시스템 리스크 전이 현상과 거래소의 상황은 본질적으로 다르며, 2007년 헌법재판소 판례 소수의견을 인용해 ‘사전적 지분 박탈’보다 덜 침익적인 대안(사후적 감독 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발제한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기존 자본시장법(제406조)상 한국거래소 지분 5% 제한 규정과의 근본적인 차이를 꼬집었다.

정 변호사는 “한국거래소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공공재적 성격이 짙지만, 가상자산사업자는 치열한 글로벌 환경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는 민간 플레이어”라며 “단일 거래소를 상정해 만든 규제를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가상자산 시장에 그대로 들이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 업계 “글로벌 자본 이탈 우려…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토론회’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안갑성 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토론회’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안갑성 기자]

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대주주 지분을 강제로 분산시키는 구조는 책임 경영을 약화시키고 단기 성과 중심의 의사결정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며 “국내 기업의 제도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유망한 웹3.0 스타트업과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규제 엑소더스’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현지혜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최근 불거진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등을 언급하며 “사고의 본질은 지분율이라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의 부실”이라며 “유럽의 미카(MiCA) 법안처럼 지분율의 인위적 제한보다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내실화하는 방향이 실효적이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 역시 섣불린 규제에 대한 우려에 한목소리를 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환영사에서 “보호할 가치는 지키되 풀어줄 규제는 걷어내는 합리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판이 되어야지 발목잡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입법 설계를 촉구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 참석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 참석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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