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 사업성평가 역량 키우고…정부, 부분보증 등 리스크 분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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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만 위험 떠안으면 지속 불가능
특허권 등 기술담보도 대안 가능
기업정보 분석할 전문인력 필요

  • 등록 2026-04-16 오전 5:35:42

    수정 2026-04-16 오전 5:35:42

[이데일리 김국배 정민주 기자] “담보 대신 성장성을 보라.”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전면에 내세우며 은행 대출의 방향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담보와 보증에 기대온 구조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더 흘려보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방향은 맞지만 성공 방정식은 아직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생산적 금융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조건으로 위험 분담 구조와 은행의 선별 역량을 꼽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우선 생산적 금융은 단순히 위험을 더 감수하는 게 아니라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위험을 나누고 관리하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담보·보증 위주의 대출에서 벗어나 기술력, 현금 흐름, 성장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은행이 ‘안전한 대출’만 고집하지 않도록 심사모형 고도화와 업종별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행이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로는 생산적 금융이 지속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된다. 서 교수는 “정부가 부분 보증이나 손실 분담을 맡고, 은행은 기술 평가와 사후 관리 책임을 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며 “정책펀드, 보증기금, 위험가중치 조정 등을 통해 민간 자금이 성장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무분별한 대출 확대를 막기 위해 업종별 한도 설정, 스트레스 테스트,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 등 건전성 장치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성공적인 생산적 금융의 또 다른 열쇠는 은행의 ‘선별(screening) 능력’이다. 위험을 나누는 구조가 전제됐다면 다음 단계는 ‘누구를 고를 것이냐’의 문제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담보 대출은 부실이 발생해도 담보로 회수할 수 있어 차주보다 담보 가치 분석이 중요했지만, 생산적 금융은 차주의 사업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며 “우량 차주를 가려내는 선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자금이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배분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선별 기능이 비용과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사업 모델과 산업 구조를 이해하려면 전문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재 은행의 성과 평가 체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대출 담당자의 선별 노력은 수치화하기 어려운 ‘연성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조직 내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성과 기반 인센티브와 부실에 대한 페널티를 동시에 강화해야 선별 기능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담보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간 은행이 부동산 외 담보를 잡는다면 ‘기술 담보’를 활용할 수 있다”며 “특허권 등 기술을 유형 자산처럼 평가해 대출 담보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특허 보유 여부나 기술 데이터베이스 분석 등을 통해 일정 부분 평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지나친 생산적 금융 확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담보 없이 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거 기업금융에 집중했던 은행들이 부실로 무너진 사례도 적지 않다”며 “그만큼 리스크가 큰 영역이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본시장이 더 발달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을 압박해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비상장 주식이 사모펀드(PE)를 통해 활발히 거래되고, 회사채 시장이 확대되는 등 회수 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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