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인터뷰] "우리은행 나랑 맞을까" 물음표 안고 뛴 박혜미, 확신으로 바꾼 '마지막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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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선언한 박혜미. /사진=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박혜미(31)가 정든 코트를 떠난다. 화려한 기록을 남긴 스타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뛰었던 선수였다. 박혜미도 힘겨웠던 시간보다 좋은 기억을 안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고 고백했다.

박혜미는 1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은퇴에 대해) 아쉬워해 주는 분들도 있었고, 한 번 더 해보지 않겠냐고 말해주는 언니들도 있었다"면서도 "제 스스로 느낀 것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한 끝에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전날(5월 31일) 구단 SNS를 통해 "박혜미가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혜미를 비롯해 같은 팀에서 뛰던 유승희, 편선우도 은퇴를 발표했다.

숙명여고를 졸업한 박혜미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해냈다. 코트에 들어서면 몸을 아끼지 않았고, 수비와 궂은일로 팀을 뒷받침했다. 크고 작은 부상을 이겨내는 등 오뚝이 같은 끈기도 보여줬다. 많은 출전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제 몫을 다했다.

또 박혜미는 늦게나마 출전 시간을 늘리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프로 첫 팀인 인천 신한은행에서 6시즌을 보냈지만, 정규리그 10경기 이상 출전한 것은 단 두 시즌뿐이었다. 2016~2017시즌에는 개인 최다인 17경기에 나섰음에도 평균 출전 시간은 6분41초에 그쳤다.

그렇게 버텼다. 하지만 혼자였다면 쉽지 않았다. 박혜미는 "선수 시절 저는 무엇을 해야겠다고 목표를 길게 잡는 편이 아니었다. 운동하는 날이든, 경기가 있는 날이든 하루하루 목표를 잡았다"면서 "혼자 버티라고 했으면 못 버텼을 것이다. 제 주위에 정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셨다. 그분들에게 힘을 많이 받아서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후 용인 삼성생명으로 팀을 옮긴 박혜미는 조금씩 식스맨으로 자리 잡았다. 2020~2021시즌에는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힘을 보태며 값진 경험도 쌓았다.


경기에 집중하는 박혜미. /사진=WKBL 제공

그러나 박혜미에게 가장 특별했던 시간은 우리은행에서 보낸 마지막 2시즌이었다. 박혜미는 2024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우리은행에서는 이전보다 더 큰 역할을 맡았다.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박혜미의 활용도를 높게 평가한 위성우 당시 우리은행 감독(현 총감독)이 그를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박혜미는 2024~2025시즌 정규리그 22경기에 출전해 평균 14분21초를 소화했다.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도 힘을 보탰다. 당시 우리은행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낼 것이라는 전망을 받았지만, 예상을 뒤집고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박혜미 역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존재감을 남겼다.

박혜미는 "위성우 감독님이 저에게 기회를 많이 주셨다. 저도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열심히 뛰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저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그렇게 준비한 만큼 결과까지 따라오니 좋을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첫 시즌에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냈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시즌이었고, 저에게는 처음 해보는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4~2025시즌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던 경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은행과 인연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위성우 전 아산 우리은행 감독과 박혜미(오른쪽). /사진=WKBL 제공

사실 우리은행 합류 당시만 해도 박혜미에게는 확신보다 물음표가 컸다. 박혜미는 "이적했을 때 '우리은행과 맞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님이 저를 불러주셨고, 저도 '진짜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감독님을 믿고 따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위성우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매일 혼났지만, 저는 감독님이 좋다"고 웃었다.


박혜미 프로필. /사진=WKBL 제공, AI 제작 이미지.

은퇴를 결정한 뒤에는 예상과 다른 감정이 찾아왔다. 박혜미는 "어려울 때가 많았기 때문에 그만둘 때는 힘든 것만 생각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좋은 것만 생각난다. 제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얻은 것 같아서 그런 기억들이 많이 떠올랐다"며 "버티면서 얻은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혜미는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저는 주전이 아닌 '애매한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 좋게 정규리그 우승도 해보고,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해봤다.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에서 많은 시간을 뛰는 건 상상도 못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혜미가 벤치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WKBL 제공

팬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박혜미는 "기록으로 기억될 만한 선수도 아니고, 화려한 선수도 아니었다. 그래도 저를 응원해주고 좋아해주신 팬들은 제가 경기에 들어가면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다"면서 "팬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힘들 때도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를 응원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선수로 기억될지는 제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 모습을 봐주신 팬들이 정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매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려고 했고, 최선을 다했다. 팬들도 그렇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제 박혜미는 새로운 길을 준비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정한 것은 아니다. 박혜미는 "일단 조금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며 "천천히 찾아보다 보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혜미.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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