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2024시즌은 끝났지만 또 하나의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선수들의 모자를 결정짓는 스토브리그다. 특히 올해는 윤이나(21) 박현경(24) 이예원(21) 등 ‘대어’가 쏟아져 나오면서 역대급 혼전이 펼쳐지고 있다.
박민지·방신실 재계약 성공
올해 여자골프 스토브리그의 키워드는 ‘간판스타와 유망주’다. 골프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은 대부분 간판급 스타 한두 명에게 투자 여력을 집중하고 유망주를 일찌감치 영입하는 전략을 택한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올해 후원 시장에서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줄어들지는 않았다”며 “다만 최고 효율을 뽑기 위해 소수 톱랭커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단 얼굴이 될 간판선수가 절실한 두산건설, 메디힐 등이 톱랭커와 적극적으로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상금랭킹 상위 20위 선수 가운데 14명이 올해로 후원 계약이 종료된다. 이 가운데 박민지(26), 방신실(20) 정도만 재계약을 확정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NH투자증권 모자를 쓰고 KLPGA투어에서 19승을 따낸 박민지는 내년에도 동행을 선택한 후원사에 통산 20승을 선물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250m를 넘나드는 장타와 시원한 플레이로 단단한 팬층을 보유한 방신실 역시 KB금융그룹과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 강자 대부분은 내년 시즌에 쓸 모자를 확정 짓지 못했다. 윤이나는 일찌감치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어로 꼽히며 여러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가장 큰 변수는 다음달 열리는 미국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결과다. 미국 진출 여부에 따라 동행할 기업과 계약금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민지는 2022년 기록한 계약금 1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레저 기업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3승을 올리며 명실상부한 한국 여자골프 간판이 된 박현경, 역시 3승을 거둔 박지영(28)은 한국토지신탁과 재계약 협상을 하고 있다. 2020년부터 한국토지신탁 모자를 쓴 박현경은 올해 최고의 성과를 낸 만큼 KLPGA투어 최고의 몸값을 기록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아마추어 유망주에게 눈을 돌리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될성부른 나무’를 영입해 루키로 키워 주목받는 전략을 노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타를 보유한 아마추어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은 대부분 일찌감치 기업의 영입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후원 찬바람 부는 LPGA
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은 새 후원사를 찾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기업에 더 이상 LPGA투어가 매력적인 골프 마케팅 시장이 아니라는 판단이 늘어나면서다.
골프업계에 따르면 메디힐, 한화큐셀 등이 LPGA투어 선수 후원을 접기로 했다. 국내 기반 건설사지만 LPGA투어 선수 후원에 긍정적이던 대방건설 역시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만 존속시키고 신규 영입은 중단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PGA투어는 미국 내 마케팅 수요가 있거나 국내 중계를 통한 홍보를 노리는 기업이 후원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LPGA투어 내 한국 선수들 성적이 떨어지면서 중계에 노출되는 빈도가 낮아지고 골프팬의 관심도 크게 하락했다. 국내 대기업 스포츠 마케팅 관계자는 “LPGA투어가 ‘꿈의 무대’라는 이미지가 사라진 것 같다”며 “기업으로서는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마케팅 효과가 작은 LPGA투어에 큰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