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예방 제품 나누는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불가항력 사고 피해 줄이고자
어두운 환경에서 빛 반사하는
우산·점퍼 만들어 무료 보급
아동·고령층·환경미화원 등
도움 필요한 곳에 속속 전달
서울시 명예시장으로도 활동
차량 블랙박스 영상 분석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은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보행자 안전을 높이는 반광(反光) 제품 보급에 나섰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보행자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빛을 반사하는 재질로 우산과 점퍼, 모자 등을 만들어 사회 취약계층 등 필요한 곳에 무료 배포하기로 한 것이다. 6년 넘게 운영한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의 수익금 약 20억원이 재원이다.
한 변호사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불가항력으로 교통사고 가해자가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보자들의 블랙박스 사고 영상을 분석하면서 반광 제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지난해부터 개발에 착수해 점퍼부터 헬멧 커버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약자들과 반광 제품이 필요한 직업군, 다자녀 시청자들에게 전량 기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가 개발한 제품은 집 밖을 나설 때 한 번은 착용하게 되는 것들이다. 간절기용 점퍼와 반광 조끼, 모자, 판초 우의, 우산이 대표적이다. 우산은 성인용과 어린이용, 미취학 아동용으로 세분화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야간에 밝은 옷을 입으라고 조언하지만 막상 흰옷을 입더라도 운전자가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에 집중했다. 채널 구독자 중 반광 신발을 만드는 업체 대표의 조언도 결정적 분기점이 됐다.
운전자를 위한 제품도 만들었다. 텀블러 정도의 부피지만 펼치면 100인치가 넘는 망토는 강력 자석을 내장해 위급 상황에 차량에 쉽게 붙일 수 있도록 했다. 또 자전거나 오토바이 헬멧에 덧씌울 수 있는 커버도 만들었다. 한 변호사는 "다양한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한 결과 모자와 조끼를 세트로 착용했을 때 운전자가 보행자의 존재를 가장 확실하게 인지했다"며 "망토는 고속도로 등에서 2차 사고를 예방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제품의 실효성은 철저하게 검증했다. 시속 50㎞로 운전했을 때 급브레이크를 밟고 멈추는 시간이 통상 3초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해 어떤 제품을 착용하더라도 최소 100m 거리에서 보일 수 있도록 반광력을 높였다. 속도별 제동거리가 시속 60㎞일 때 36m, 시속 50㎞일 때 27m로 계산되지만 실제 도로 환경은 다르다는 점도 감안했다. 비가 오거나 도로가 어는 동절기의 특수성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교외 지역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인도가 아예 없거나 폭우로 도로 일부가 잠겨 보행자가 차도로 걸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 많다"며 "어떤 도로는 가로등이 부족해 차량의 전조등에 의지해야 하는데 반광 의류는 이 같은 조건에서 최고의 성능을 보인다"고 역설했다. 이어 "자체 실험한 결과 반광 우의와 우산은 500m 밖에서도 구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반광 제품은 생산하는 족족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끼 4만개, 모자 3만개 등 20억원어치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전부 지방 강연 등을 통해 나눠주고 있다. 주로 고령층과 어린이들이 대상이다. 이른 새벽이나 밤늦게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폐지 수집인과 환경미화원들도 포함한다. 최근 명예서울시장에 위촉된 것을 계기로 서울 지역 폐지 수집 노인 1000명에게 반광 점퍼와 망토 등을 기부하기로 했다.
한 변호사는 "반광 제품을 소매 방식으로 따로 판매할 계획이 없는 만큼 오랜 사랑을 주신 구독자들을 위한 이벤트도 진행 중"이라며 "인구 소멸 위기를 맞아 아이 셋 이상 다자녀 가정 중 막내가 어린이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반광 우산을 가족 구성원 수만큼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착순이지만 준비한 물량은 1000개인 만큼 충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대중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1년 동안 제품을 기부하자는 생각에 가족들도 동의했다"며 "6년 넘게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 수익을 전부 사용했지만 억울한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