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당시엔 미국의 10대 소년이던 케인 파슨스(21)가 무료 3D 프로그램을 활용해 집에서 제작한 작품이었다. 해당 영상을 업로드한 지 2개월도 안 돼 조회수 1780여만 회를 기록하자, 여러 영화사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파슨스는 17세의 나이에 공포영화 ‘유전’, ‘미드소마’를 제작한 A24와 최연소 감독으로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메가폰을 잡아, 27일 국내 개봉한 영화 ‘백룸’이 그 결과물이다.
본래 백룸은 인터넷 괴담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기본 설정은 ‘현실 세계에서 일종의 버그가 생기면 백룸이란 가상 공간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주로 텅 빈 쇼핑몰이나 오래된 사무실 등을 배경으로 하는데, 익숙하지만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특징이다. 여러 온라인 크리에이터들이 백룸 세계관을 바탕으로 2차 창작물을 만들며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고, 파슨스 감독도 그중 하나였다.
영화는 이 세계관에 주요 서사를 부여해 장편영화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내용은 이렇다. 1990년대 건축가 클라크(추이텔 에지오포)가 우연히 가게 지하실 벽 너머에 있는 기묘한 공간을 발견하고, 이로 인해 점점 미쳐간다. 그의 정신과 담당 의사인 메리(레나테 레인스베)는 실종된 클라크를 찾아 그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작품의 백미는 큰 스크린으로 구현된 백룸이다. 무한하면서도 결코 벗어날 수 없을 듯한 공간 자체가 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텅 빈 방이 주는 음산함에 더해 난데없이 놓인 가구들과 정체불명의 낙서들 또한 불쾌감을 자극한다. 영화는 클라크 시점에서 앵글을 끌고 가며 문을 열 때마다 펼쳐지는 다른 차원의 공간을 관객들로 하여금 간접 체험하게 만든다. 제작진은 이번 촬영을 위해 약 843평 규모의 세트장을 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백룸’이 기존 유튜브 영상을 뛰어넘는, 하나의 제대로 된 창작물이 됐다고 보기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영화는 개인의 트라우마와 한 공간의 역사를 뒤섞어 놓았는데, 메시지를 설명하는 방식이 매우 불친절하다. 게다가 기존 영상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영화의 세계관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디지털 지적재산권(IP)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백룸’ 외에도 최근 북미권에선 공포영화 ‘아이언 렁’(2026년), ‘톡 투 미’(2025년), ‘셸비 오크스’(2024년) 등 유튜버 출신 신인감독들의 데뷔작이 속속 나오고 있다. “나는 유튜브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파슨스 감독의 말은 달라진 창작 생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일지도 모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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