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동기도 들여다본다는 금감원, 과유불급이 관건[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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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보호 원칙 중요하지만 자칫 경영 개입 우려도
공모가 따지고 들면 중소기업 상장 위축될 수 있어

  • 등록 2025-03-04 오전 5:20:00

    수정 2025-03-04 오전 5:2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7일 내놓은 유상증자 중점심사제도 도입과 기업공개(IPO) 공모가 산정 기준 강화 조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는 있다. 자칫 금감원이 집행 과정에서 시장과 아슬아슬한 힘겨루기를 하며 권한 남용으로 비쳐질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중점심사제도는 기습적인 유증 공시를 방지하고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010130)이나 이수페타시스(007660)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동기가 불투명한 유증은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그러나 기업의 자금조달 결정 등 자유로운 경영활동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 우려도 제기된다. 제시된 중점심사 대상 유상증자 선정기준 7가지에는 할인율, 증자비율, 한계기업 등 정량적 기준 외에 정성적 기준도 포함한다. 정성적 기준으로 신사업투자 등과 경영권 분쟁발생 사실을 제시했지만, 이 두 가지 외에도 정성적 기준은 탄력적으로 운용할 예정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당위성이 떨어지는 유증 전반이 금감원의 심사 도마에 오를 수 있단 이야기다.

심사 기간 역시 중점심사는 1주일 이내를 원칙으로 하지만, 중점심사항목이 충실히 기재되지 않았거나 향후 상장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투자자보호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투자위험이 충분히 기재될 때까지 심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탄력적 적용 기준과 운용 방침은 기업들이 자본시장 활용에 신중하라는 시그널 이상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이 기업 경영에 대한 직접적 개입의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IPO 공모가 산정 기준 강화는 주관사들의 책임을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정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 공모가의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에 오랜 기간 거래된 대형주들의 주가 예측이 신의 영역이라면, 중소형사들 공모가 밸류에이션 산정은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

영업실적 등 객관적 지표가 부족하고 주관의 개입이 높다. 기술 성장 가치는 현재 기준으로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업가치 산정 기준에 필요한 동종 그룹과 비교가능한 시장가치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공모가 산정에 안정적·보수적 기조가 강해질 경우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상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금감원이 기업경영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장의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 변화가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산업계의 반성이 우선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투자자들의 권익 훼손에 아랑곳하지 않는 일부 기업들의 행태를 막아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현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 개선이 주는 시그널은 명확하다. 관건은 집행 과정이다. 권한의 과·남용보다 운용의 묘가 발휘되어 장기적으로 성숙하고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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