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삼성SDI-한화에어로 물꼬
올해 한화솔루션-SKC 유상증자
기업 “대규모 시설 투자비 필요”
소액주주 “꼼수 청구서에 불과”
● 주가 상승에 대규모 유상증자 ‘러시’

지난달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SKC는 AI 반도체용 유리 기판 등 첨단소재 사업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기존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재무 부담이 커지자 결국 주주배정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화솔루션 역시 차입금 상환과 태양광 투자 확대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특히 한화솔루션의 이번 유상증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로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체의 관심사가 됐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앞서 기업의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유상증자가 자금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업 “생존 위한 선택” vs 주주 “경영 실패 전가”
소액 주주들은 기업들의 유상증자에 격렬하게 반대한다.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 소액 주주가 ‘패싱’됐다는 점과 경영 실패에 따른 채무 상환 책임을 주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주 권리 보호 플랫폼 액트(ACT)의 정재웅 사업팀장은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 부재가 본질적인 문제”라며 “주주총회에서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주주를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금이 필요한 회사가 적기에 증자하지 못하고 채무 상환에 실패하면 그 피해가 주주에게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소통 부재 문제에 대해선 법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미공개 정보인 유상증자 계획을 사전에 유출하면 공정공시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금융 당국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 없이 여론에 따라 잣대가 달라지는 ‘고무줄 규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사후에라도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회사 사정을 상세히 알리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사모대출’을 비롯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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