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노 담화는 위안부 모집과 운용에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한 일본 정부의 첫 담화다. 고노 전 장관은 당시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위안부의) 이송, 관리 등도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대체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행해졌다”며 일본군의 개입과 강제성을 인정했다. 특히 “종군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몸과 마음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2년 후인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일본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식민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총리 명의로 발표했다. 고노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의 발표에도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노 전 장관은 담화 발표 때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内閣) 당시 총리가 아닌 본인이 발표해 담화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을 일축했다. 그는 2023년 공개된 구술 기록에서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발언했다면 그것은 분명한 내각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미야자와 전 총리의 승낙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고노 전 장관은 2009년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도 “(과거 일본이) 큰 전쟁을 치르며 국내외에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고, 식민지 지배로 굴욕을 안겼으니, 이 문제를 마무리짓고 아시아의 신뢰를 얻는 게 일본의 국익에 부합한다”며 일본의 진정성 있는 과거사 사과를 촉구했다.
고노 전 장관은 1937년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의 정치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친 고노 이치로(河野一郞)는 농림상, 건설상, 중의원 등을 지냈다. 1967년 중의원 선거에서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첫 당선됐고, 총 14선을 했다. 2003~2009년 중의원 의장을 지낸 후 은퇴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대(對)중국 경제·무역 교류를 지원하는 민간 단체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회장을 맡으며 경색된 중일 관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방중을 타진하기도 했다.
고노 전 장관의 장남 고노 다로(河野太郎·63) 중의원 의원은 외상, 방위상, 디지털담당상 등을 지낸 11선의 정치인이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 모임 ‘일한의원연맹’에 소속된 지한파 인사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10일 X에 “역사 문제를 진지하게 마주하며 대화와 이해를 중시한 자세는, 우리나라 평화 외교의 초석으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라며 고인을 애도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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