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틀면 '나는 자연인이다'만 봅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종종 이같이 말한다. 서울의 삶의 지친 그는 '자연인'을 꿈꾼다. 2030세대도 비슷하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20·30세대 판인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인기몰이를 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만큼 서울 직장인들의 삶은 팍팍하다. 눈 감기는 출근길부터 살인적 물가, 피곤한 인간관계 등이 숨 쉴 틈 없이 압박해온다.
정부는 이들의 '귀농 로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농촌 지역에 30가구 규모의 단독주택형 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하는 '청년농촌보금자리 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2030세대는 월 8만~25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농촌에서 거주할 수 있다. 여기에 일자리와 육아서비스 등도 받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 농촌보금자리조성 사업지구로 강원 화천군, 충북 영동군, 충남 당진시, 전남 함평군 등 4개소를 추가 선정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올해 1월 충북 제천, 전북 장수, 전남 무안·신안, 경북 포항·고령에 이은 선정이다.
2019년부터 농식품부에서 추진하는 청년농촌보금자리 사업은 40세 미만의 청년층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지역별로 30가구 규모의 단독주택형 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하고 단지에 공동보육시설과 문화·여가 커뮤니티시설 1개 동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임대주택단지의 임대료는 월 8만~25만원(보증금 500만~2500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40%가량 저렴하다.
거주 대상은 만 40세 미만 귀농·귀촌 청년이나 신혼부부다. 가구주 연령 만 40세 미만의 1명 이상 자녀 양육 가정도 포함된다. 주택단지의 임대 기간은 최초 2년이다. 2회 갱신(1회 2년)이 가능하다. 6년 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에 정착할 수 있다. 취학 아동이 있는 경우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최장 10년을 거주할 수 있다.
정부는 귀농·귀촌 청년들의 주거·보육 부담을 덜어줘 안정적 농촌 정착을 돕기 위해 이 같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는 농촌보금자리조성 사업지구로 선정되면 지구당 100억원(국비 50억원, 지방비 50억원)을 3년에 걸쳐 지원한다. 각 지구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임대료 지원과 임대주택단지와 보육시설 등을 구축한다.
2019년 시범사업으로 조성된 4개 지구(괴산, 서천, 고흥, 상주)의 경우 청년 입주민과 지역사회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단지 인근 주민들은 보금자리 입주 세대 아동들의 취학으로 폐교가 걱정된 초등학교가 되살아나는 등 마을에 활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2019년 선정된 괴산(36세대), 서천(29), 고흥(30), 상주(28)에는 280여명(2024년 말 기준·아동 94명)이 입주 완료했다. 올해는 이러한 귀농·귀촌 청년층과 지역사회 요구를 반영하여 전년 대비 2개소 확대한 10개소를 선정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