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면서 2030세대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늘어난 주거비 부담에 여윳돈이 줄어들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소비 위축은 내수 경기 회복마저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39세 이하 여윳돈 3년 만에 감소…주거비 증가 여파
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흑자액은 124만3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흑자액은 가구소득에서 식비·주거비 등 소비지출과 세금·이자 등 비(非)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여윳돈이라 불립니다.
이 기간 전체 가구주의 흑자액은 143만7000원으로 12.2% 늘었지만, 39세 이하 가구주는 여윳돈이 감소했습니다. 이들의 여윳돈이 감소한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처음입니다. 청년층 소득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주거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올해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285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습니다. 다만, 그중에서도 월세와 임대료를 포함한 '실제 주거비'는 21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11.9% 급등했습니다. 이는 전체 가구주의 평균 증가율 2.2%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실제 이들의 주거비 부담은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의 평균 전셋값은 2억1063만원으로 전년 대비 2.6% 상승했습니다. 평균 월세는 72만원으로 전년 대비 5.3% 낮아졌지만, 여전히 소득 대비 부담이 큰 7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파트·연립 월세 상승세 지속…"소득 4분의 1 나간 셈"
아파트와 연립 등 다른 주거유형에서는 가파른 월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통계를 보면 올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는 3.29% 올라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상승률 3%를 넘어섰고, 평균 월세도 147만6000원(보증금 1억9479만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말 134만1000원과 비교하면 10만원 넘게 오르면서 월별 기준 역대 최고액을 썼습니다. 올해 4인 가족 중위소득이 609만8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매달 소득의 약 25%가 월세로 나간 셈입니다.
같은 기간 연립 월세는 2.26%, 단독 월세도 1.74% 상승해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 상승 폭을 썼습니다. 월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강남은 물론,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고액 월세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장 비싼 월세 계약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청담 전용면적 231.5564㎡로 보증금 40억원, 월세 4000만원이었습니다.
이외에도 금천구에서는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 84㎡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0만원으로 계약됐고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전용 149㎡는 보증금 1억원, 월세 41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노원구와 강북구에서도 각각 300만원대 월세 거래가 나왔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초고가 월세 거래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쳐 중저가 월세까지 연쇄적으로 밀어 올리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월세는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 성격의 지출이어서 한계소비성향을 직접적으로 잠식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따라 외식과 여가, 내구재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월세가 올라가면 실질적인 소득은 줄어드는 셈"이라며 "목돈이 아니기에 눈에 띄지는 않지만, 생활에 상당한 부담을 주면서 외식 등을 줄이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청년층 사이에서 골프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수요가 급감했다"며 "해외여행도 예전만큼 많이 가질 않는다.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거비 부담에 허리띠 졸라매는 2030…내수 회복에 부담
실제로 소비 관련 업계에서는 젊은 가구를 중심으로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는 가장 중요한 소비층이면서 경기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라며 "생필품 지출은 유지하고 있지만 여행·외식·문화 등 줄이기 쉬운 항목에서는 이미 지출 축소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통계에서도 여가비 지출과 지출 의향은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여가·문화·체육 주례 조사'에 따르면 30대의 여가비 지출 의향이 뚜렷하게 감소했습니다. 30대의 경우 2022년 조사 당시 여가 지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답한 비율이 43%였지만, 지난해에는 36%로 7%포인트(P) 줄었습니다. 이들의 향후 여가 관련 지출 의향 또한 2022년 44%에서 지난해 32%로 12%포인트 급감했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소득과 지출이 모두 활발해 경제활동의 허리인 핵심 계층이 삶의 질 악화를 예상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지표"라며 "지출 의향이 더 크게 하락해 미래의 위축 가능성이 더 높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의 소비 위축이 내수 전반의 회복 속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망도 암울합니다. 다방이 지난달 실시한 '2026년 전·월세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전세 상승을, 66%는 월세 상승을 점쳤습니다. 이미 월세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 것입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 IAU 교수)은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면서 월세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며 "미국 농무부에서는 가구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지불할 때 '주거비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한국도 비슷한 수준까진 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력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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