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 강판→만루포 허용' 왜 송은범이었나, 사령탑 "광주에서 잘 던졌다, 김윤수는 준비 안 돼" [KS4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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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 삼성 감독이 26일 KIA와 KS 4차전에서 패배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에이스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의 붕괴. 일찌감치 불펜에 투수를 준비시켰고 만루에서 내보낸 투수는 송은범(40)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만루홈런으로 돌아왔다.

삼성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2-9로 대패했다.

2연패 후 홈에서 1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뒤집는 듯했지만 에이스 원태인의 조기 붕괴로 인한 충격파가 컸다. 결국 1승 3패로 불리한 상황에서 다시 광주로 향한다.

원태인의 조기 강판은 자연 재해급이었다.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은 원태인의 한계 투구수를 100구~110구라고 규정했다. 전날 데니 레예스처럼 가급적 긴 이닝을 최소실점으로 책임져주고 장타를 앞세운 타선의 힘을 바탕으로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계산이었다.

문제는 KIA 타자들이 원태인의 투구 패턴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듯 손쉽게 안타를 날렸고 파울로 걷어내며 투구수를 늘렸다는 것이다. 1회초 7명의 타자를 상대한 원태인은 1실점하며 무려 32구를 뿌렸다.


원태인이 3회초 조기 강판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회엔 4타자만 상대했는데 그럼에도 23구를 던졌다. KIA 타자들은 좀처럼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에 속지 않았고 몰리는 공은 철저히 공략했다. 3회가 문제였다. 선두 타자 김선빈에게 던진 몰린 직구는 좌전 안타가 됐고 김도영에겐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으나 격려한 이후에도 제구가 흔들렸다. 2볼에 몰렸고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렸다. 나성범의 안타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KIA 타자들은 자신감이 올랐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존을 빠져나가는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선발진에서 원태인과 데니 레예스만을 믿고 투수진을 운영해온 삼성이기에 한 발 빠르게 투수를 교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무사 1,2루에서 희생번트 이후 다시 볼넷을 내주자 벤치가 움직였다. 1사 만루에서 공을 넘겨받은 건 송은범. 변우혁은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희망을 키웠지만 김태군에게 결정적인 만루 홈런을 맞았다. 순식간에 0-7로 경기가 KIA 쪽으로 기울었다.

다소 의아한 결정이었다. 전날 홈런 4방을 때려낸 타선이 있었기에 0-3은 충분히 해볼 만한 점수 차였다. 보다 공격적인 투수 교체로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삼성 벤치의 선택은 송은범이었다. 시즌 막판 1군에 합류해 9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ERA) 1.08로 잘 던졌으나 가을야구에선 달랐다. PO에서는 2경기에서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고 1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에 그쳤다. 지난 23일 KS 2차전에선 팀이 0-6으로 끌려가던 3회말 2사에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3회말 1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한 송은범(왼쪽)이 김태군에서 만루 홈런을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송은범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승부를 걸 상황에 내보내는 투수가 아니었다. 0-3으로 뒤져 있기는 했지만 1승이 간절한 상황에서 실점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면 필승조를 내보내는 강수를 둘 필요도 있어보였다.

경기 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초반에 원태인이 부상으로 내려가면서 힘든 경기를 한 것 같다"며 "(원태인이) 제구가 흔들리고 마음 먹은대로 안 되는 것 같아서 송은범과 이승민 2명이 몸을 풀고 있었다. 상황상 우타자이기도 해서 송은범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재개된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 7회에 KIA 중심타선을 KKK로 돌려세운 좌완 이승현은 선택지에 없었다. 박 감독은 "그래서 안 썼다. 회의를 해봐야겠지만 좌완 이승현과 황동재 중 5차전 선발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PO에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LG 최고 강타자 오스틴 딘을 3차례나 잡아냈던 김윤수 또한 선택지에 없었다. 박 감독은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준비가 가장 잘 된 선수이고 광주 2차전에서 좋은 투구를 펼쳤다. 2명의 선수를 두고 고민을 했지 김윤수는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마운드 운영은 전적으로 결과론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송은범이 실점 없이 막아냈다면 의미 없는 가정이었을 수 있다. 다만 보다 확률 높은 선택지들이 있었고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선택 자체에도 의구심이 따랐고 결과는 우려한대로 최악으로 이어졌다. 일찌감치 5차전을 불펜 데이로 공언한 상황이어서 승부처에서의 투수 운영에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패배를 떠안은 삼성 선수들이 경기 후 홈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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