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이현우가 공포 스릴러 ‘원정빌라’(감독 김선국)를 통해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와 완벽히 다른 연기 변신을 선보인 쾌감과 아역부터 오랜 기간 배우로 활동하며 느끼고 있는 도전에 대한 갈망을 솔직히 털어놨다.
이현우. |
이현우는 ‘원정빌라’의 개봉을 앞두고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원정빌라’는 교외의 오래된 빌라, 어느 날 불법 전단지가 배포된 후 이로 인해 꺼림칙하게 된 이웃들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현실 공포 영화다.
아역으로 활동을 시작해 건실하고 순수한 이미지와 성품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이현우는 부드럽고 선한 캐릭터로 자주 대중을 만났다. 그런 그가 ‘원정빌라’에선 그간의 이미지를 벗고 공포 스릴러에 도전, 선함과 냉정함, 분노를 오가는 입체적 캐릭터 ‘주현’으로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였다.
이현우는 영화에 끌린 점을 묻자 “시나리오 보면서 내용적인 부분들도 흥미가 갔지만 주현이라는 캐릭터가 마지막에 제일 끝으로 하는 대사가 묘하게 재밌었다. 그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하는 게어떻게 그려질까도 궁금했다”며 “양면성을 담아내는 캐릭터 같았고,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가는 모습을 끝에 마지막 그 대사로 주현이란 인물이 정의 내려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특히 요즘 삶을 살면서 예전과는 달라지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부분이 시나리오오k 캐릭터에 잘 녹아들어 있었다. 예컨대 옛날이 온정이 있었다면 요즘은 점점 더 차가워지는 사회라고 해야 할까. 그 안에서 10대 20대 친구들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모습들이나 이런 마인드가 조금은 시니컬해지는 거 같은데 그런 면모가 녹여져서 흥미로웠다”고 부연했다.
이현우가 열연한 ‘주현’은 낡은 다세대 주택 원정빌라 203호에 살며 아픈 어머니와 조카를 돌보며 은행 경비 일과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병행하는 취업준비 청년이다. 주현은 평소 지극한 효심과 남들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순한 성정으로 모든 이웃과 스스럼없이 지내지만, 층간소음으로 바로 위층 303호에 사는 무례한 이웃 신혜(문정희 분)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갈등을 겪는다. 참다 참다 윗층까지 올라가 신혜에게 자제를 부탁하지만 안하무인으로 대응하는 신혜의 행동에 화가 난 주현은 사이비 종교의 홍보전단지를 신혜 집 우편함에 꽂아넣는 소심한 복수를 계기로 예상치 못한 위기에 봉착하며 갈등과 혼란에 빠진다. 이현우는 ‘원정빌라’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혜를 필두로 원정빌라 이웃들이 그의 영향을 받고, 나아가 자신의 가족까지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겪는 주현을 몰입감있게 그려냈다. 억눌려있던 주인공이 서서히 극한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극적인 과정을 눈빛, 미세한 안면 근육의 떨림 등으로 섬세히 표현해낸다.
이현우는 연기 변신에 대한 만족감을 묻자 “원래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텐션감이 좀 밝고 쾌활한 면모가 있어서인지 연기할 때 조카 예지(고주니 분)에게 대하는 태도라든가 최대한 그런 모습을 덜어낸다고 덜어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은 더 덜어내길 바라셨다”며 “그렇게 덜어내고 노력한 지점도 잘 표현된 것 같고, 너무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중간의 그런 모습이 연기로 잘 표현된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또 “아쉬운 부분이 물론 더 많지만 나도 몰랐던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을 하나라도 더 발견했다는 사실 만으로 이 작품이 값지다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캐릭터에 대해 느낀 매력에 대해선 “첫 미팅 당시 감독님께서 ‘현우 씨가 자기가 보기에는 억눌린 듯한, 슬픈 감정들을 속에 담고있는 거 같다, 그런 모습이 주현이랑 어울리는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더 인물에 흥미를 갖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참여한 것도 있다”며 “다만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텔러가 주현이라서 조금 고민이 되는 지점은 있었다. 해설자 같은 입장에 놓인 인물을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 어떨 때는 더 숨겨야 하고 어떨 때는 훨씬 표현하려고도 해야 하는 미묘함이 복잡했다. 훨씬 큰 감정으로 쏟아낼 수 있는 장면도 일부러 숨기고 덜어내려 한 게 나름의 도전 지점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경험해보지 않은 캐릭터를 만났다는 즐거움이 더 컸다고. 이현우는 “아주 신이 난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변신에 대한 욕심이 자꾸 생겨난다”며 “배우로서 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물론 그 전과 비슷한 역할이든 다른 역할을 맡았든 모두 똑같이 심도있게 고민해 준비해 들어간다. 비슷한 결이든 디테일은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고민하고 현장에서 풀어나가며 완성시켜 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즐겁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완성된 결과물을 보면서 스스로 조금 뿌듯했던 거 같다. 그래도 이젠 ‘나에게도 이런 모습들이 조금씩 나오는구나 다행이다’ 싶더라. 앞으로 좀 더 다듬고 준비해서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더라도 또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 자신감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한편 ‘원정빌라’는 오는 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