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더 지을수 있는 넓은 땅 강점 … 영덕 주민들 "지역 활력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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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경제 정책 다시 울리는 '원전 시계'

원전 더 지을수 있는 넓은 땅 강점 … 영덕 주민들 "지역 활력 찾길"

입력 : 2026.06.17 20:17

신규 원전 건설 본궤도
천지원전 백지화 아픔겪어
2023년부터 자발적 유치운동
주민 10명중 9명 찬성 압도적
데이터센터發 전력 부족 심화
전문가 "원전 역할 더 늘려야"

사진설명

2018년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됐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이 다시 본궤도에 오른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대형 원전 2기 용지로 경북 영덕군이 최종 선정되면서다.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가 완공되면 총 3.5기가와트(GW)의 설비용량이 추가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향후 원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추가 원전 건설 가능한 '영덕' 낙점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대형 원전 2기 용지로 영덕군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마감된 지방자치단체 공모에는 경북 영덕군과 울산 울주군이 지원해 각축전을 벌여 왔다.

영덕군은 과거 건설이 무산된 '천지원전' 예정지와 토지 확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지난 2월 주민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6%가 원전 유치에 찬성한다고 답할 정도로 주민 수용성도 높다. 다만 기존에 원전이 없었던 탓에 송전망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점은 단점으로 꼽혀 왔다.

울주군은 이미 확보돼 있는 용지와 전력망 등 인프라를 강조했다. 신규 원전 용지로 거론되는 새울원전 인근 한국수력원자력 인재개발원 용지가 원전 2기를 수용할 수 있어 용지 보상과 주민 이주 문제가 사실상 없기에 사업 추진이 빠르고 용이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울주군은 영덕군에 비해서는 주민 수용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탈핵 단체 '신규원전반대 울산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1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냈다.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용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네 분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후보지를 선정했다.

영덕의 경우엔 전문가들도 향후 용지 확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영덕은 앞으로 여러 개의 원전을 지을 수 있는 용지가 넉넉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포항시 내 포스코 같은 거대한 신규 수요와 가깝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포스코가 영위하고 있는 제철 사업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전기를 활용한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철강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수소 300만~400만t이 생산돼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영덕에 대형 원전이 건설되면 송전망을 새로 건설해야 하긴 하지만 원전은 간헐성이 낮은 발전원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비해서는 송전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노력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는 게 학계 평가다.

◆ AI로 전력 수요 급증…원전 더 필요

신규 대형 원전 용지가 선정되면 짧게는 반년, 길게는 14년가량 늦춰진 '원전 시계'가 다시 작동되는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건설 예정지가 지정된 이후 제6차 전기본(2013~2027년)에 따라 2023년 준공될 예정이었던 대형 원전이 탈원전 등 정책으로 준공 시점이 14년 미뤄졌기 때문이다. 용지 선정 역시 지난해 7월 공고가 나오고 8월부터 지자체 공모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새 정부 출범 등 시기가 겹치면서 올해 1월이 돼서야 지자체 공모를 받을 수 있었다.

신규 원전들로 확보되는 총 3.5GW의 설비용량은 서울시 최대 전력 수요(약 10GW)의 35%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향후 AI 데이터센터발 수요 폭증 등을 감안하면 원전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4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가 공개한 '전력 수요 전망 잠정안'에 따르면 2040년 전력 소비량은 최대 694.1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전력 판매량 549.4TWh보다 약 26% 증가한 수준이다. 11차 전기본상 2038년 전력 소비량 전망치인 624.5TWh와 비교했을 때도 2년 만에 11%가 늘어난 규모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차·전기난방 같은 새로운 수요가 경제성장률 추이를 벗어난 규모로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나타난 변화다. 이들 수요가 2년 전 11차 전기본 전망치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10%에 불과했는데 이번에는 21%로 커졌다.

이 때문에 올해 말 확정되는 제12차 전기본에는 더 많은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지난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12차 전기본에 신규 대형 원전 3기 이상과 SMR 2기가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과 AI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영덕군이 대형 원전 2기 건설 후보지로 최종 결정되면서 지역 사회는 일제히 환영 분위기에 휩싸였다.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관련 산업 유입 등은 물론 지역자원시설세 등 지방세 확충과 각종 지원금 등을 통해 연간 수백억 원 이상의 재정 수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영덕 원전 유치는 앞으로 동해안 일대가 에너지 산업 벨트로 조성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규 원전 유치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조주홍 영덕군수 당선인도 "에너지 산업을 영덕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양질의 일자리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강인선 기자 / 신유경 기자 / 영덕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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